이해인 시 모음(기타) 책과의 여행 책은 배신을 모르는 충실하고 미더운 동반자가 되어준다 살아 있는 동안 좋은 책과의 여행을 계속하려면 깊이 고독할 줄도 알아야 한다 책이 있는 삶은 결코 메마르지 않을 것이며 책과의 여행에서 얻은 체험을 이웃과도 나눌 수 있는 순례자일 때 삶은 더욱 풍요롭게 빛날 .. Literature(문학)/Poem(시) 2018.09.09
이해인 시 (꽃 모음) 천리향 / 이해인 어떠한 소리보다 아름다운 언어는 향기 멀리 계십시오 오히려 천리 밖에 계셔도 가까운 당신 당신으로 말미암아 내가 꽃이 되는 봄 마음은 천리안 바람 편에 띄웁니다 깊숙이 간직했던 말 없는 말을 향기로 대신하여 - Literature(문학)/Poem(시) 2018.09.06
이해인 시 모음(기타) 첫눈 편지 / 이해인 1 차갑고도 따스하게 송이송이 시가 되어 내리는 눈 눈나라의 흰 평화는 눈이 부셔라 털어내면 그뿐 다신 달라붙지 않는 깨끗한 자유로움 가볍게 쌓여서 조용히 이루어내는 무게와 깊이 하얀 고집을 꺽고 끝내는 녹아버릴 줄도 아는 온유함이여 나도 그런 사랑을 해야.. Literature(문학)/Poem(시) 2018.09.05
이해인 시 모음(기타) 청소 시간 / 이해인 앞치마에 받은 물기 어린 아침 나의 두 손은 열심히 버릴 것을 찾고 있다 날마다 먼지를 쓸고 닦는 일은 나를 쓸고 닦는 일 먼지 낀 마음 말끔히 걸레질해도 자고 나면 또 쌓이는 한 웅큼의 새 먼지 부끄러움도 순히 받아들이며 나를 닮은 먼지를 구석구석 쓸어낸다 휴.. Literature(문학)/Poem(시) 2018.09.03
이해인 시 모음(기타) 초대의 말 / 이해인 친구여 오십시오 은총의 빛으로 닦아 더욱 윤이 나는 나의 하얀 주전자에 기도의 물을 채워 넣고 오늘은 녹차를 끓이듯이 푸른 잎의 그리움을 끓입니다 이웃과 함께 나눌 희망과 기쁨의 잎새도 한데 넣어 끓이며 나는 조용히 그대를 기다립니다 눈빛만으로도 마음이 .. Literature(문학)/Poem(시) 2018.08.31
이해인 시 모음(기타) 촛불 켜는 아침 / 이해인 밭은 기침 콜록이며 겨울을 앓고 있는 너를 위해 하얀 팔목의 나무처럼 나도 일어섰다 대신 울어 줄 수 없는 이웃의 낯선 슬픔까지도 일제히 불러 모아 나를 흔들어 깨우던 저 바람소리 새로이 태어나는 아침마다 나는 왜 이리 목이 아픈가 살아 갈수록 나의 기도.. Literature(문학)/Poem(시) 2018.08.28
이해인 시 모음(기타) 촛불 / 이해인 꽃밭에 물을 뿌리고 오면 수백 개의 촛불로 펄럭이는 이 마음의 깃발 푸른 해안으로 오늘도 흰 배가 밀리는데 하늘 속에 피는 꽃 펄럭이는 촛불 새로 변함없이 열려진 하나의 창문 문을 열고 나누는 너와의 악수 우리는 바람 속에 불리우고 또 밀려가는 강변의 작은 모래알 .. Literature(문학)/Poem(시) 2018.08.23
이해인 시 모음(기타) 추억 일기 1 / 이해인 "엄마, 나야. 문 열어줘" 어느 날 해질녘 수녀원 옆집에서 들려오는 소녀의 고운 목소리 그 옛날 골목길에 들어서면 파란 대문 앞에서 내가 했던 그 소리 어둠 속의 그 말이 하도 정겨워서 울컥 치미는 그리움 어린 시절 동무들은 엄마를 거쳐 이젠 할머니도 되었는데 .. Literature(문학)/Poem(시) 2018.08.22
이해인 시 모음(기타) 추억 일기 2 / 이해인 1 "넌 그때 왜 그랬니? 온 식구가 찾아 헤맨 끝에 보니 어느 골방에서 배시시 웃으며 걸어 나오더구나. 쬐끄만 애가 말이야" 어린 시절 함께 지내던 고모님이 어느 날 불쑥 던지신 이야기 속으로 문득 걸어 나오는 다섯 살짜리 아이 조그만 크기의 라디오 하나 들고 아.. Literature(문학)/Poem(시) 2018.08.20
이해인 시 모음(기타) 춘분 일기 / 이해인 바람이 불 듯 말 듯 꽃이 필 듯 말 듯 해마다 3월 21일은 파밭의 흙 한 줌 찍어다가 내가 처음으로 시를 쓰는 날입니다 밤과 낮의 길이가 똑같다구요? 모든 이에게 골고루 사랑을 나누어주는 봄햇살 엄마가 되고 싶다고 춘분처럼 밤낮 길이 똑같아서 공평한 세상의 누이.. Literature(문학)/Poem(시) 2018.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