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시 모음(기타) 자연을 닮아 / 이해인 내 마음은 달을 닮아 차오르기도 하고 기울기도 해 그리고 해를 닮아 떠오르기도 하고 지기도 하지 내 마음은 파도를 닮아 밀려오기도 하고 밀려가기도 해 그리고 밭을 닮아 씨앗을 키워서 열매를 맺기도 하지 Literature(문학)/Poem(시) 2018.11.08
이해인 시 모음(기타) 작은 노래 / 이해인 하나의 태양이 이 넓은 세상을 골고루 비춘다는 사실을 처음인듯 발견한 어느 날 아침의 기쁨 꽃의 죽음으로 키워 낸 한 알의 사과를 고마운 마음도 없이 무심히 먹어 버린 조그만 슬픔 사랑하는 이가 앓고 있어도 그 대신 아파 줄 수 없고 그저 눈물로 바라보기만 하.. Literature(문학)/Poem(시) 2018.11.02
이해인 시 모음(기타) 작은 위로 / 이해인 잔디밭에 쓰러진 분홍색 상사화를 보며 혼자서 울었어요 쓰러진 꽃들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라 하늘을 봅니다 비에 젖은 꽃들도 위로해주시구요 아름다운 죄가 많아 가엾은 사람들도 더 많이 사랑해주세요 보고 싶은 하느님 오늘은 하루 종일 꼼짝을 못하겠으니 .. Literature(문학)/Poem(시) 2018.10.31
이해인 시 모음(기타) 작은 새가 되고 싶다 /이해인 친구야, 네가 너무 바빠 하늘을 볼 수 없을 때 나는 잠시 네 가슴에 내려앉아 하늘 냄새를 파닥이는 작은 새가 되고 싶다. 사는 일의 무게로 네가 기쁨을 잃었을 때 나는 잠시 너의 창가에 앉아 노랫소리로 훼방을 놓는 고운 새가 되고 싶다. 모든 이를 다 불러.. Literature(문학)/Poem(시) 2018.10.28
이해인 시 모음(기타) 작은 언니 / 이해인 동생이 나에게 작은 언니!라고 부를 적마다 내 마음엔 색색의 패랭이꽃이 돋아나네 왜 그래? 대답하며 착해지고 싶네 이슬 묻은 풀잎들도 오늘은 나에게 작은 언니라고 부르는 것 같아 그래 그래 웃으며 대답하니 행복하다 수녀(sister)는 언니(sister)라는 말도 된다지 작.. Literature(문학)/Poem(시) 2018.10.27
이해인 시 모음(기타) 잠의 집 / 이해인 나는 때때로 걸어다니는 잠의 집이다 눈을 감으면 언제라도 꿈을 데려올 수 있는 고요한 잠의 노래이다 눕지 않고도 잠을 잘 수 있는 내 몸의 신비를 나는 감사하고 감사하며 잠 속의 하느님을 만난다 잠 속에서 그분을 새롭게 믿고 포근하게 사랑한다 Literature(문학)/Poem(시) 2018.10.24
이해인 시 모음(꽃) 장미를 생각하며 / 이해인 우울한 날은 장미 한 송이 보고 싶네 장미 앞에서 소리내어 울면 나의 눈물에도 향기가 묻어날까 감당 못할 사랑의 기쁨으로 내내 앓고 있을 때 나의 눈을 환히 밝혀주던 장미를 잊지 못하네 내가 물 주고 가꾼 시간들이 겹겹의 무늬로 익어 있는 꽃잎들 사이로 .. Literature(문학)/Poem(시) 2018.10.22
이해인 시 모음(꽃) 장미의 기도 / 이해인 피게 하소서 주여 당신이 주신 땅에 가시덤불 헤치며 피 흘리는 당신을 닮게 하소서 태양과 바람 흙과 빗줄기에 고마움 새롭히며 피어나게 하소서 내 뾰족한 가시들이 남에게 큰 아픔 되지 않게 하시며 나를 위한 고뇌 속에 성숙하는 기쁨을 알게 하소서 주여 당신 .. Literature(문학)/Poem(시) 2018.10.20
이해인 시 모음(기타) 장독대에서 / 이해인 움직이지 않고서도 노래를 멈추지 않는 우리집 항아리들 우리와 함께 바다를 내다보고 종소리를 들으며 삶의 시를 쓰는 항아리들 간장을 뜨면서 침묵의 세월이 키워준 겸손을 배우고 고추장을 뜨면서 맵게 깨어 있는 지혜와 기쁨을 배우고 된장을 뜨면서 냄새 나는 .. Literature(문학)/Poem(시) 2018.10.18
이해인 시 모음(기타) 장독대 / 이해인 장독대의 백 개도 넘는 항아리들 연도에 따라 된장 간장 고추장 젓갈류 각기 다른 이름표를 달고 있는 크고 작은 항아리들 우리는 매일 그 안에 들어 있는 기다림의 시간들을 음식으로 녹여서 먹는 것일 테지 딸들이 수녀원에 오는 것을 반대하던 엄마의 경직된 얼굴에도.. Literature(문학)/Poem(시) 2018.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