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시 모음(기타) 저녁 강가에서 / 이해인 바람 따라 파문 짓는 저녁 강가에 노을을 걸치고 앉아 있었다 등 뒤에서 무거웁던 시간을 잊고 피곤한 눈길을 강물에 적시면 말 없이 무한정 말이 깊은 강 고마운 오늘을 출렁이면서 기쁨의 내일을 가자고 한다 따스한 강물에 흔들리는 노을 나도 자꾸만 가고 있.. Literature(문학)/Poem(시) 2018.10.14
이해인 시 모음(기타) 전화를 걸 때면 / 이해인 사랑하는 너에게 전화를 걸기 전에 나는 늘 두렵다 너의 '부재중' 이 두렵고 자동응답기가 전해줄 정감 없는 목소리가 너 같지 않아서 두렵고 낯선 누군가 우리의 이야기를 엿들을까 두렵다 그리고 미안하지만 왠지 전화로는 내 마음을 다 이해 못할 것 같은 너에.. Literature(문학)/Poem(시) 2018.10.11
이해인 시 모음(기타) 정말 미안해 / 이해인 한 장의 손수건을 접어 주머니에 넣듯이 습관의 노예로 살아버린 나의 시간들이여, 미안하다 비오는 날 창문을 닫듯이 그저 별생각 없이 무심히 지나쳐버린 나의 시간들이여, 정말 미안하다 주인을 잘못 만나 불쌍했던 네게 고개 숙여 사과할게 Literature(문학)/Poem(시) 2018.10.10
이해인 시 모음(기타) 정성껏 살아간다는 것은 / 이해인 바쁨 속에도 기쁨과 평화가 있다 유순한 마음, 좋은 마음 기도하는 마음으로 일을 할 때는 정신없이 바빠도 짜증이 나지 않고 즐겁다 나의 삶이 노래가 된다는 것은 그럭저럭 시간을 메우는 데 있지 않고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여 정성껏 살아가는 데 있.. Literature(문학)/Poem(시) 2018.10.08
이해인 시 모음(기타) 조시(弔詩)를 쓰고 나서 / 이해인 가까운 이들이 이 세상을 떠났을 때 눈물을 찍어 조시(弔詩)를 쓰고 나면 며칠은 시름시름 몸이 아프고 마음은 태풍에 쓰러진 나무와 같다 죽은이들은 말이 없는데 살아서 그를 위해 시를 쓰는 일은 얼마나 어리석을까 후회도 해본다 슬픔을 일으켜 세우.. Literature(문학)/Poem(시) 2018.10.07
이해인 시 모음 (기타) 조그만 행복 / 이해인 바닷가에 가면 조개 껍질 솔숲에 가면 솔방울 동심을 잃지 않고 싶은 내게 평생의 노리개였지 예쁜 마음으로 주워서 예쁜 마음으로 건네면 별것 아닌 조그만 게 행복을 준다며 아이처럼 소리내어 웃는 사람들 그들 덕분에 나도 내내 행복하였다 Literature(문학)/Poem(시) 2018.10.05
이해인 시 모음(기타) 종소리 / 이해인 항상 들어도 항상 새로운 당신의 첫 소리 방황하며 지친 내 영혼 울다 울다 쓰러져 다시 들으며 나를 찾네 멀리 있고 높이 있어도 늘 가깝고 귀에 익은 그리움의 힘이여 죽어도 잊을 수 없고 절망 속에도 쉽게 떠날 수 없는 처음의 사랑이여 Literature(문학)/Poem(시) 2018.10.03
이해인 시 모음(기타) 주일에 나는 / 이해인 주일에 나는 물방울 같은 언어를 하늘에 튕깁니다 평소에 잃었던 나를 찾아들고 빈 집으로 오는 길 어둠이 깊을수록 잘 보이는 당신 앞에 나는 허무를 쪼아먹는 벙어리 새입니다 내 생애의 어느 들판에 겸손의 들꽃은 필 것입니까 뼈 마디 마디 내가 무거워 부서지.. Literature(문학)/Poem(시) 2018.10.01
이해인 시 모음(기타) 주일 노래 / 이해인 오늘은 해의 날 해를 지으신 당신을 기억하며 새 마음으로 새 옷을 입습니다 숨차게 달려오던 발걸음을 멈추고 고단한 일손을 멈추고 바쁘다는 탄식도 오늘은 고요히 접어둡니다 진정 사랑하면 눈도 마음도 밝아진다고 하셨지요? 좀더 밝아지기 위하여 오늘은 쉬면서.. Literature(문학)/Poem(시) 2018.09.28
이해인 시 모음(기타) 죽음을 잊고 살다가 / 이해인 매일 조금씩 죽음을 향해 가면서도 죽음을 잊고 살다가 누군가의 임종 소식에 접하면 그를 깊이 알지 못해도 가슴 속엔 오래도록 찬 바람이 분다 '더 깊이 고독하여라' '더 깊이 아파하여라' '더 깊이 혼자가 되어라' 두렵고도 고마운 말 내게 전하며 서서히 .. Literature(문학)/Poem(시) 2018.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