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시(弔詩)를 쓰고 나서 / 이해인
가까운 이들이
이 세상을 떠났을 때
눈물을 찍어 조시(弔詩)를 쓰고 나면
며칠은 시름시름
몸이 아프고
마음은
태풍에 쓰러진 나무와 같다
죽은이들은 말이 없는데
살아서 그를 위해 시를 쓰는 일은
얼마나 어리석을까
후회도 해본다
슬픔을 일으켜 세우는 건
언제나 슬픔인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안으로 안으로
실컷 슬픔을 풀어내고 나면
나는 어느새 용감해져서
일상의 길을 걸어 가다가
조금씩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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