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아침에 / 이해인 부활절 아침에 / 이해인 깊은 잠에서 깨어나 창문을 열고 봄바람 봄햇살을 마시며 새들과 함께 주님의 이름을 첫 노래로 봉헌하는 4월의 아침 이 아침 저희는 기쁨의 수액을 뿜어내며 바삐 움직이는 부활의 나무들이 됩니다 Literature(문학)/Poem(시) 2019.08.26
비오는 날에 / 이해인 비오는 날에 / 이해인 1 비를 맞고 일어서는 강, 일어서는 바다, 내 안에도 갑자기 물난리가 나네. 사랑하고 싶은 마음의 소나기를 감당 못하는 기쁨이여. 2 온종일 사선(斜線)으로 나를 적시는 비. 나도 몰래 내가 키운 일상(日常)의 안일함을 채찍질하는 목소리로 나를 깨워 일으키는 눈물.. Literature(문학)/Poem(시) 2019.08.22
비도 오고 너도 오니 / 이해인 비도 오고 너도 오니 / 이해인 구름이 오래오래 참았다가 쏟아져 내려오는 그리움인가 보지? 비를 기다리면서 아침부터 하늘을 올려다보고 너를 기다리면서 아침부터 내내 창 밖을 내다보던 날 맑게 젖은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닿았을까? 비도 오고 너도 오니 너무 반가워 눈물이 난다 친.. Literature(문학)/Poem(시) 2019.08.19
비가 전하는 말 / 이해인 비가 전하는 말 / 이해인 밤새 길을 찾는 꿈을 꾸다가 빗소리에 잠이 깨었네 물길 사이로 트이는 아침 어디서 한 마리 새가 날아와 나를 부르네 만남보다 이별을 먼저 배워 나보다 더 자유로운 새는 작은 욕심도 줄이라고 정든 땅을 떠나 힘차게 날아오르라고 나를 향해 곱게 눈을 흘기네 .. Literature(문학)/Poem(시) 2019.08.18
비 내리는 날 / 이해인 비 내리는 날 / 이해인 잊혀진 언어들이 웃으며 살아오네 사색의 못가에도 노래처럼 비 내리네 해맑은 가슴으로 창을 열면 무심히 흘려버린 일상의 얘기들이 저만치 내버렸던 이웃의 음성들이 문득 정다웁게 빗속으로 젖어오네 잊혀진 기억들이 살아서 걸어오네 젖은 나무와 함께 고개 .. Literature(문학)/Poem(시) 2019.08.12
비타민을 먹으며 / 이해인 비타민을 먹으며 / 이해인 "이제 수녀님도 건강을 좀 챙기셔야죠" 얼굴이 박꽃 같은 간호수녀가 앙징스런 통 속에 각종 비타민을 분류해넣으며 희게 웃는다 "이걸 드시면 감기도 몸살도 덜하실 걸요" 월화수목금토가 그려진 약통 속에서 빛깔 고운 알약 하나 꺼내 먹으며 신신당부한다 살.. Literature(문학)/Poem(시) 2019.08.09
비밀 / 이해인 비밀 / 이해인 겹겹이 싸매 둔 장미의 비밀은 장미 너만이 알고 속으로 피흘리는 나의 아픔은 나만이 안다 살아서도 죽어 가는 이 세상 비인 자리 이웃과 악수하며 웃음 날리다 뽀얀 외롬 하나 구름으로 뜨는 걸 누가 알까 꽃밭에 불밝힌 장미의 향기보다 더 환히 뜨겁고 미쁜 목숨 하나 .. Literature(문학)/Poem(시) 2019.08.07
비밀 서랍 / 이해인 비밀 서랍 / 이해인 어린 시절, 혼자만의 비밀 서랍을 갖고 즐거워했던 것처럼 내 마음에도 작은 서랍이 있다 사랑과 우정과 기도 내 나름대로의 좌우명과 아름다운 삶의 비결을 모아둔 나의 비밀 서랍 누가 나를 좀 힘들게 하더라도 이 서랍에서 얼른 지혜를 꺼내 최선을 다하면 슬프지 .. Literature(문학)/Poem(시) 2019.08.05
빈 꽃병의 말 1 / 이해인 르누아르 빈 꽃병의 말 1 / 이해인 꽃이여 어서 와서 한 송이의 사랑으로 머물러 다오 비어 있음으로 종일토록 너를 그리워할 수 있고 비어 있음으로 너을 안아 볼 수 있는 기쁨에 목이 쉬도록 노래를 부르고 싶은 나 닦을수록 더 빛나는 고독의 단추를 흰 옷에 달며 지금은 창 밖의 바람소.. Literature(문학)/Poem(시) 2019.08.03
빈 꽃병의 말 2 / 이해인 빈 꽃병의 말 2 / 이해인 꽃들을 다 보낸 뒤 그늘진 한 모퉁이에서 말을 잃었다 꽃과 더불어 화려했던 어제의 기억을 가라앉히며 기도의 진주 한 알 입에 물고 섰다 하얀 맨발로 섰다 아무도 오지 않는 텅 빈 가슴에 고독으로 불을 켜는 나의 의지 누구에게도 문 닫는 일 없이 기다림에 눈 .. Literature(문학)/Poem(시) 2019.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