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들에서 / 이해인 빈 들에서 / 이해인 많은 생명을 낳아 키워 멀리 떠나 보내고 지금은 다시 길게 누워 몸을 뒤집는 밭 봄을 기다리는 땅 오랜만에 하늘 보며 비어 있으니 하느님의 기침소리도 더 가까이 들린다 하네 빈 들에서 그분은 사랑을 속삭인다지 빈 들에서 처음 듣는 순교자의 울음 같은 저 바람소.. Literature(문학)/Poem(시) 2019.07.31
빨래 / 이해인 빨래 / 이해인 오늘도 빨래를 한다 옷에 묻은 나의 체온을 쩔었던 시간들을 흔들어 빤다 비누거품 속으로 말없이 사라지는 나의 어제여 물이 되어 일어서는 희디힌 설레임이여 다시 세례받고 햇빛 속에 널리고 싶은 나의 혼을 꼭 짜서 헹구어 넌다 Literature(문학)/Poem(시) 2019.07.29
빨래를 하십시오 / 이해인 빨래를 하십시오 / 이해인 우울한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맑은 날이 소리내며 튕겨울리는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밝아진답니다 애인이 그리운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물 속에 흔들리는 그의 얼굴이 자꾸만 웃을 거예요 기도하기 힘든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몇 차례 빨래를 헹구어내는 기다.. Literature(문학)/Poem(시) 2019.07.26
사랑 키우기 / 이해인 사랑 키우기 / 이해인 화분에 물을 주어 고운 꽃을 피워내듯이 우리도 우리 자신에게 사랑이란 물을 주어 우리의 존재를 꽃피워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그들을 사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사랑하는 일 이 또한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자기를 올바.. Literature(문학)/Poem(시) 2019.07.24
사랑도 나무처럼 / 이해인 사랑도 나무처럼 / 이해인 사랑도 나무처럼 사계절을 타는 것일까 물오른 설레임이 연둣빛 새싹으로 가슴에 돋아나는 희망의 봄이 있고 태양을 머리에 인 잎새들이 마음껏 쏟아내는 언어들로 누구나 초록의 시인이 되는 눈부신 여름이 있고 열매 하나 얻기 위해 모두를 버리는 아픔으로 .. Literature(문학)/Poem(시) 2019.07.22
사랑의 말 / 이해인 사랑의 말 / 이해인 시냇물에 잠긴 하얀 조약돌처럼 깨끗하고 단단하게 마음속 깊이 숨어 있던 그 귀한 말 사랑의 말을 막상 입으로 뱉고 나면 왠지 쓸쓸하다 처음의 고운 빛깔이 조금은 바랜 것 같은 아쉬움을 어쩌지 못해 공연히 후회도 해본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더 듣고 싶어 모든 이.. Literature(문학)/Poem(시) 2019.07.19
사랑에 대한 단상 / 이해인 사랑에 대한 단상 / 이해인 1 나의 사랑에선 늘 송진 향기가 난다 끈적거리지만 싫지 않은 아주 특별한 맛 나는 평생 이 향기를 마시기로 한다 아니 열심히 씹어보기로 한다 2 흔들리긴 해도 쓰러지진 않는 나무와 같이 태풍을 잘 견디어낸 한 그루 나무와 같이 오늘까지 나를 버티게 해준 .. Literature(문학)/Poem(시) 2019.07.18
사랑의 털실 / 이해인 사랑의 털실 / 이해인 당신을 향한 사랑의 털실을 감다보면 하루가 갑니다 잘못 감긴 것 같아 털실을 풀다보면 또 하루가 갑니다 감거나 풀거나 변함없는 건 사랑 아무것도 뜨지 못한 채 또 하루를 보냅니다 그래도 기쁩니다 Literature(문학)/Poem(시) 2019.07.16
사랑의 사람들이여 /이해인 사랑의 사람들이여 /이해인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사랑의 깊이를 확인할 수 있는 두 사람이 꽃과 나무처럼 걸어와서 서로의 모든 것이 되기 위해 오랜 기다림 끝에 혼례식을 치르는 날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라 둘이 함께 하나 되어 사랑의 층계를 오르려는 사랑의 사람들이여.. Literature(문학)/Poem(시) 2019.07.12
사랑병 / 이해인 사랑병 / 이해인 기쁨의 고열(高熱)에 시달리며 가끔은 헛소리도 하는 대단한 몸살 치통(齒通)처럼 속으로 간직해야 할 아픔도 기꺼이 받아들이고 화상(火傷)처럼 깊은 흉터를 남기는 오랜 후유증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대단한 용기 Literature(문학)/Poem(시) 2019.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