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구두 / 이해인 내가 걸어다닌 수많은 장소를 그는 알고 있겠지 내가 만나 본 수많은 이들의 모습도 아마 기억하고 있겠지 나의 말과 행동을 지켜 보던 그는 내가 쓴 시간의 증인 비스듬히 닳아 버린 뒤축처럼 고르지 못해 부끄럽던 나의 날들도 그는 알고 있겠지 언제나 편안하고 참을성 많던 한 켤레의 낡은 구두 이제는 더 신을 수 없게 되었어도 선뜻 내다 버릴 수가 없다 몇 년 동안 나와 함께 다니며 슬픔에도 기쁨에도 정들었던 친구 묵묵히 나의 삶을 받쳐 준 고마운 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