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와 까치 / 이해인 수녀와 까치 / 이해인 네가 나의 창가에서 울던 날은 까치야 멀리 수녀원에 간 작은 언니한테서 솔향기 나는 편지를 받았단다 아침마다 즐겁게 찬미의 노래를 부른다는 언니 세상 욕심 다 버리고 흰 갓을 단 검은 옷에 하얀 수건을 쓰고 사는 언니는 꼭 너를 닮았구나 까치야 언니도 너처.. Literature(문학)/Poem(시) 2019.04.21
수평선을 바라보며 / 이해인 수평선을 바라보며 / 이해인 당신은 늘 하늘과 맞닿아 있는 수평선과 같습니다 내가 다른 일에 몰두하다 잠시 눈을 들면 환히 펼쳐지는 기쁨 가는 곳마다 당신이 계셨지요 눈감아도 보였지요 한결같은 고요함과 깨끗함으로 먼데서도 나를 감싸주던 그 푸른 선은 나를 살게 하는 힘 목숨 .. Literature(문학)/Poem(시) 2019.04.18
숲에서 쓰는 편지 / 이해인 Claude Monet 숲에서 쓰는 편지 / 이해인 1 기다리다 못해 내가 포기하고 싶었던 희망 힘들고 두려워 다신 시작하지 않으리라 포기했던 사랑 신록의 숲에서 나는 다시 찾고 있네 순결한 웃음으로 멈추지 않는 사랑으로 신(神)과 하나 되고 싶던 여기 초록빛 잎새 하나 어느 날 열매로 익어 떨.. Literature(문학)/Poem(시) 2019.04.17
슬픈 날의 편지 / 이해인 Vincent Van Gogh)[ Irises ] 슬픈 날의 편지 / 이해인 모랫벌에 박혀 있는 하얀 조가비처럼 내 마음속에 박혀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슬픔 하나 하도 오래되어 정든 슬픔 하나는 눈물로도 달랠 길 없고 그대의 따뜻한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내가 다른 이의 슬픔 속으로 깊이 들어갈 .. Literature(문학)/Poem(시) 2019.04.14
슬픔이 침묵할 때 / 이해인 슬픔이 침묵할 때 / 이해인 슬픔을 잘 키워서 고요히 맛들이면 나도 조금은 거룩해질까 큰 소리로 남에게 방해될까 두려워하며 오래 익힌 포도주빛 향기로 슬픔이 침묵할 때 나는 흰 손으로 제단에 촛불을 켜리 눈물 가운데도 나를 겸손히 일어서게 한 슬픔에게 인사하리 Literature(문학)/Poem(시) 2019.04.12
시가 익느라고 / 이해인 시가 익느라고 / 이해인 오 그랬구나 내가 여러 날 열이 나고 시름시름 아픈 건 내 안에서 소리 없이 시가 익어가느라고 그런 걸 미처 몰랐구나 뜸들일 새 없이 밖으로 나올까 조바심하느라고 잠들지 못한 시간들 그래 알았어 익지 않은 것은 내놓지 않고 싶어 그러나 이왕 내놓은 걸 안 .. Literature(문학)/Poem(시) 2019.04.11
시간의 얼굴 / 이해인 시간의 얼굴 / 이해인 1 흰 옷 입은 사제처럼 시간은 새벽마다 신의 이름으로 우주를 축성하네. 오래 되어도 처음 본 듯 새로운 시간의 얼굴. 그는 가기도 하지만 오는 것임을 나는 다시 생각해 보네. 오늘도 그 안에 새로이 태어나네. 2 나이 들수록 시간은 두려움의 무게로 다가서지만 이.. Literature(문학)/Poem(시) 2019.04.09
시에게 / 이해인 시에게 / 이해인 수십 년 동안 한번도 나를 배반한 적 없는 너는 나의 눈물겨운 첫사랑이다 밤새 파도로 출렁이며 나를 잠 못 들게 해도 반가운 얼굴 어쩌다 터무니없는 오해로 내가 외면을 해도 성을 내지 않고 슬며시 옆에 와서 버티고 섰는 아름다운 섬 아무리 고단해도 지치지 않는 법.. Literature(문학)/Poem(시) 2019.04.08
시의 집 / 이해인 시의 집 / 이해인 나무 안에 수액이 흐르듯 내 가슴 안에는 늘 시가 흘러요 빛깔도 냄새도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어 그냥 흐르게 놔두지요 여행길에 나를 따라오는 달처럼 내가 움직일 때마다 조용히 따라오는...... 슬플 때도 힘이 되어주는 시가 흘러 고마운 삶이지요 Literature(문학)/Poem(시) 2019.04.07
시인은 / 이해인 시인은 / 이해인 어디서나 문 열고 단 하나의 말을 찾아나선 이여 눈내리는 빈 숲의 겨울나무처럼 봄을 기다리며 깨어 있는 이여 마음 붙일 언어의 집이 없어 때로는 엉뚱한 곳에 둥지를 트는 새여 즐거운 날에도 약간의 몸살기로 마음 앓는 이여 잠을 자면서도 다는 잠들지 않고 시의 팔.. Literature(문학)/Poem(시) 2019.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