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빛깔 편지 / 이해인 열두 빛깔 편지 / 이해인 오늘은 하얀 편지지에 열두 빛깔의 색연필로 긴 편지를 쓰렵니다 연필처럼 깍일 수 없는 그리움을 글씨로는 다 쓰지 못해 빛깔로 칠하는 내 마음을 넣어서 Literature(문학)/Poem(시) 2018.12.31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 이해인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 이해인 손 시린 나목의 가지 끝에 홀로 앉은 바람 같은 목숨의 빛깔 그대의 빈 하늘 위에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차 오르는 빛 구름에 숨어서도 웃음 잃지 않는 누이처럼 부드러운 달빛이 된다 잎새 하나 남지 않은 나의 뜨락엔 바람이 차고 마음엔 불이 붙는 .. Literature(문학)/Poem(시) 2018.12.30
오늘을 위한 기도 / 이해인 오늘을 위한 기도 / 이해인 오늘 하루의 숲속에서 제가 원치 않아도 어느새 돋아나는 우울의 이끼, 욕심의 곰팡이, 교만의 넝쿨들이 참으로 두렵습니다. 그러하오나 주님, 이러한 제 자신에 대해서도 너무 쉽게 절망하지 말고 자신의 약점을 장점으로 바꾸어가는 꿋꿋한 노력을 게을리하.. Literature(문학)/Poem(시) 2018.12.27
오늘의 얼굴 / 이해인 오늘의 얼굴 / 이해인 내가 돌보지 못해 묘비(墓碑)처럼 잊혀진 너의 얼굴 미안하다 악수 나눌 때 나는 떳떳하고 햇살은 눈부시다 슬픔에 수척해진 숱한 기억들을 지워 보내며 내일 향해 그네 뛰는 오늘의 행복 문을 열어라 나는 너를 위해 한 점 바람에도 흔들리는 풀잎 새 옷을 차려입고.. Literature(문학)/Poem(시) 2018.12.26
오월의 아가 / 이해인 오월의 아가 / 이해인 칼로 물을 베는 식의 사랑 싸움을 참 많이도 했습니다 하느님, 아름답다 못해 쓸쓸한 당신과의 싸움은 늘 나의 눈물로 끝이 났지만 눈물을 통해서만 나는 새로이 철드는 당신의 아이였습니다 푸른 보리를 키우는 오월의 대지처럼 나를 키우는 당신 가슴에 새를 앉히.. Literature(문학)/Poem(시) 2018.12.25
왜 그럴까, 우리는 / 이해인 왜 그럴까, 우리는 / 이해인 자기의 아픈 이야기 슬픈 이야기는 그리도 길게 늘어놓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 슬픈 이야기에는 전혀 귀기울이지 않네 아니, 처음부터 아예 듣기를 싫어하네 해야 할 일 뒤로 미루고 하고 싶은 것만 골라 하고 기분에 따라 우선 순위를 잘도 바꾸면.. Literature(문학)/Poem(시) 2018.12.23
외로움을 진지하게 맞아들이세요 / 이해인 외로움을 진지하게 맞아들이세요 / 이해인 외로움을 맛볼 때 멀리 도망치기보다는 오히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낯선 손님이 아닌 정다운 친구로 외로움을 진지하게 맞아들이고 길들여가는 것이지요. 새 옷, 새 구두, 새 만년필도 편안한 내 것을 만들기 위해선 한.. Literature(문학)/Poem(시) 2018.12.22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 이해인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 이해인 나는 문득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누군가 이사오길 기다리며 오랫동안 향기를 묵혀둔 쓸쓸하지만 즐거운 빈집 깔끔하고 단정해도 까다롭지 않아 넉넉하고 하늘과 별이 잘 보이는 한 채의 빈집 어느 날 문을 열고 들어올 주인이 "음, 마음에 .. Literature(문학)/Poem(시) 2018.12.21
용서의 꽃 (이해인) 용서의 꽃 / 이해인 당신을 용서한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용서하지 않은 나 자신을 용서하기 힘든 날이 있습니다 무어라고 변명조차 할 수 없는 나의 부끄러움을 대신해 오늘은 당신께 고운 꽃을 보내고 싶습니다 그토록 모진 말로 나를 아프게 한 당신을 미워하는 동안 내 마음의 잿빛 하.. Literature(문학)/Poem(시) 2018.12.17
용서를 위한 기도 / 이해인 용서를 위한 기도 / 이해인 그 누구를 그 무엇을 용서하고 용서받기 어려울 때마다 십자가 위의 당신을 바라봅니다 가장 사랑하는 이들로부터 이유 없는 모욕과 멸시를 받고도 피 흘리는 십자가의 침묵으로 모든 이를 용서하신 주님 용서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용서는 구원이.. Literature(문학)/Poem(시) 2018.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