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혼에 불을 놓아 / 이해인 내 혼에 불을 놓아 / 이해인 언제쯤 당신 앞에 꽃으로 피겠습니까. 불고 싶은 대로 부시는 노을빛 바람이여, 봉오리로 맺혀 있던 갑갑한 이 아픔이 소리없이 터지도록 그 타는 눈길과 숨결을 주십시오. 기다림에 초조한 내 비밀스런 가슴을 열어놓고 싶습니다. 나의 가느다란 꽃술의 가느.. Literature(문학)/Poem(시) 2020.05.06
내가 나에게 / 이해인 내가 나에게 / 이해인 오늘은 오랜만에 내가 나에게 푸른 엽서를 쓴다 어서 일어나 섬들이 많은 바다로 가자고 파도 아래 숨쉬는 고요한 깊이 고요한 차가움이 마침내는 따뜻하게 건네오는 하나의 노래를 듣기 위해 끝까지 기다리자고 한다 이젠 사랑할 준비가 되었냐고 만날 적마다 눈.. Literature(문학)/Poem(시) 2020.05.04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 이해인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 이해인 1 하늘이 맑으니 바람도 맑고 내 마음도 맑습니다 오랜 세월 사랑으로 잘 익은 그대의 목소리가 노래로 펼쳐지고 들꽃으로 피어나는 가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물들어 떨어질 때마다 그대를 향한 나의 그리움도 한 잎 두 잎 익어서 떨어집니다 2 사랑하는 .. Literature(문학)/Poem(시) 2020.04.29
내가 비어 있음으로 편안하구나 / 이해인 내가 비어 있음으로 편안하구나 / 이해인 내가 입다 걸어둔 한 벌의 허름한 옷 몸과 삶이 빠져나와 쓸쓸하구나 이 지상에서 나의 날개에 묻어 있는 온갖 고뇌와 그리움의 때 빨지 않아도 정답구나 오래 걸어둔 한 벌의 옷이 비어 있듯 내가 비어 있음으로 편안하구나 Literature(문학)/Poem(시) 2020.04.27
내 기도의 말은/ 이해인 내 기도의 말은/ 이해인 수화기 들고 긴 말 안 해도 금방 마음이 통하는 연인들의 통화처럼 너무 오래된 내 기도의 말은 단순하고 따스하다 뜨겁지 않아도 두렵지 않다 끊고 나면 늘 아쉬움이 가슴에 남는 통화처럼 일생을 되풀이하는 내 기도의 말 또한 부족하고 안타까운 하나의 그리움.. Literature(문학)/Poem(시) 2020.04.25
내 고운 친구야 / 이해인 내 고운 친구야 / 이해인 어느 날 "눈이 빠지게 널 기다렸어" 하며 내게 눈을 흘기며 마실 물을 건네주던 고운 친구야 이름을 부를 때마다 내 안에서 찰랑이는 물소리를 내는 그리운 친구야 네 앞에서만은 항상 늙지 않은 어린이로 남아 있고 싶다 내가 세상을 떠날 때는 너를 사랑하던 아.. Literature(문학)/Poem(시) 2020.04.24
내가 선택한 당신 / 이해인 내가 선택한 당신 / 이해인 사랑이여, 내가 선택한 당신은 12월의 흰 얼굴을 닮았습니다. 눈송이처럼 내 안으로 떨어져 눈물로 피는 당신이여, 전부를 드리고 싶은 내 뜨거운 그리움이 썰매를 타는 겨울은 그대의 눈, 바람은 그대의 음성, 바람은 기도입니다. 그대 앞에 나는 언제나 떨리는.. Literature(문학)/Poem(시) 2020.04.22
내가 아플 때 / 이해인 내가 아플 때 / 이해인 내가 아플 때 내 이마를 짚어 보는 엄마의 손은 내가 안 아플 때 만져 보던 엄마의 손보다 몇 배나 더 부드럽고 따스해서 나는 금세 눈물이 핑 돕니다 내가 아플 때 유리창으로 내다보는 조그만 크기의 하늘은 내가 안 아플 때 마음놓고 올려다본 하늘보다 몇 배나 .. Literature(문학)/Poem(시) 2020.04.21
내일 / 이해인 내일 / 이해인 부르지 않아도 이미 와 있는 너 이승의 어느 끝엘 가면 네 모습 안 보일까 물 같은 그리움을 아직은 우리 아껴 써야 하리 내가 바람이면 끝도 없는 파도로 밀리는 너 Literature(문학)/Poem(시) 2020.04.17
너와 나는 / 이해인 너와 나는 / 이해인 돌아도 끝없는 둥근 세상 너와 나는 밤낮을 같이하는 두 개의 시계바늘 네가 길면 나는 짧고 네가 짧으면 나는 길고 사랑으로 못박히면 돌이킬 수 없네 서로를 받쳐 주는 원 안에 빛을 향해 눈뜨는 숙명의 반려 한순간도 쉴 틈이 없는 너와 나는 영원을 똑딱이는 두 개.. Literature(문학)/Poem(시) 2020.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