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 속엔 / 이해인 나의 꿈 속엔 / 이해인 꿈 속에서 그려 보는 나의 그림 속엔 하나도 슬픈 얼굴이 없다 세월이 가면 자꾸 가면 할 수 없이 사람은 늙는다지만 우리 엄마 얼굴은 언제나 젊어 있고 북녘 멀리 떠나신 아빠도 이내 돌아오시고 나는 참 기뻐서 웃기만 한다 꿈 속에서 그려 본 나의 그림 속엔 한 번도 어둔 빛깔이 없다 어른들이 멋없이 괴로워하는 세상 세상이 어둡다면 빨갛게 파랗게 물들여 놓을까 나의 꿈 속엔 나의 하늘엔 오늘도 즐거워라 무지개 선다 Literature(문학)/Poem(시) 2020.06.15
낙엽 / 이해인 낙엽 / 이해인 낙엽은 나에게 살아 있는 고마움을 새롭게 해주고, 주어진 시간들을 얼마나 알뜰하게 써야 할지 깨우쳐준다. 낙엽은 나에게 날마다 죽음을 예비하며 살라고 넌지시 일러준다. 이승의 큰 가지 끝에서 내가 한 장 낙엽으로 떨어져 누울 날은 언제일까 헤아려 보게 한다.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내 사랑의 나무에서 날마다 조금씩 떨어져나가는 나의 시간들을 좀더 의식하고 살아야겠다. Literature(문학)/Poem(시) 2020.06.11
낡은 구두 / 이해인 낡은 구두 / 이해인 내가 걸어다닌 수많은 장소를 그는 알고 있겠지 내가 만나 본 수많은 이들의 모습도 아마 기억하고 있겠지 나의 말과 행동을 지켜 보던 그는 내가 쓴 시간의 증인 비스듬히 닳아 버린 뒤축처럼 고르지 못해 부끄럽던 나의 날들도 그는 알고 있겠지 언제나 편안하고 참을성 많던 한 켤레의 낡은 구두 이제는 더 신을 수 없게 되었어도 선뜻 내다 버릴 수가 없다 몇 년 동안 나와 함께 다니며 슬픔에도 기쁨에도 정들었던 친구 묵묵히 나의 삶을 받쳐 준 고마운 그를 Literature(문학)/Poem(시) 2020.06.09
낯설어진 세상에서 / 이해인 낯설어진 세상에서 / 이해인 참 이상도 하지 사랑하는 이를 저 세상으로 눈물 속에 떠나 보내고 다시 돌아와 마주하는 이 세상의 시간들 이미 알았던 사람들 이리도 서먹하게 여겨지다니 태연하기 그지없는 일상적인 대화와 웃음소리 당연한 일인데도 자꾸 낯설고 야속하네 한 사람의 죽음으로 이토록 낯설어진 세상에서 누구를 의지할까 어차피 우리는 서로를 잊으면서 산다지만 다른 이들의 슬픔에 깊이 귀기울일 줄 모르는 오늘의 무심함을 조금은 원망하면서 서운하게 쓸쓸하게 달을 바라보다가 달빛 속에 잠이 드네 Literature(문학)/Poem(시) 2020.06.07
내 마음 / 이해인 내 마음 / 이해인 꿈길로 가만히 가면 무엇이나 다 볼 수 있고 어디든지 다 갈 수 있는 내 마음 화가 나고 울고 싶다가도 금방 깔깔 웃기도 좋기도 한 내 마음 꼭 하나인 것 같으면서도 날마다 때마다 다른 빛깔 되는 마음 사진으로 찍어 낼 수만 있다면 어떤 모양이 될까? 정말 궁금한 내 마음 Literature(문학)/Poem(시) 2020.05.29
내 마음을 흔들던 날 / 이해인 내 마음을 흔들던 날 / 이해인 바람 부는 소리가 하루 종일 내 마음을 흔들던날. 코스모스와 국화가 없으면 가을은 얼마나 쓸쓸할까. 이 가을에 나는 누구보다 나 자신을 길들여야지. 나를 힘들게 하고 나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듯한 사람들의 눈빛과 표정에서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실수나 잘못을,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세심하게 읽어낼 수 있는 지혜를 지녀야겠다. Literature(문학)/Poem(시) 2020.05.25
내 마음의 방 / 이해인 내 마음의 방 / 아해인 혼자 쓰는 방안에서의 극히 단순한 '살림살이' 조차도 바쁜 것을 핑계로 돌보지 않고 소홀히 하면 이내 지저분하게 되곤 한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나의 방을 치우고 정리하는 일 못지않게 눈에 보이지 않는 내 마음의 방을 깨끗이 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내 안에 가득찬 미움과 불평과 오만의 먼지, 분노와 이기심과 질투의 쓰레기들을 쓸어내고 그 자리에 사랑과 기쁨과 겸손, 양보와 인내와 관용을 심어야겠다. 내 방 벽 위에 새로운 마음으로 새 달력을 걸듯이 내 마음의 벽 위에도 '기쁨' 이란 달력을 걸어놓고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고 싶다. Literature(문학)/Poem(시) 2020.05.22
내가 뛰어가던 바다는 / 이해인 내가 뛰어가던 바다는 / 이해인 처음으로 사랑을 배웠을 제 내가 뛰어가던 바다는 하늘색 원피스의 언니처럼 다정한 웃음을 파도치고 있었네 더 커서 슬픔을 배웠을 제 내가 뛰어가던 바다는 실연당한 오빠처럼 시퍼런 울음을 토해내고 있었네 어느 날 이별을 배웠을 제 내가 뛰어가던 바다는 남빛 치마폭의 엄마처럼 너그러운 가슴을 열어 주었네 그리고 마침내 기도를 배웠을 제 내가 뛰어가던 바다는 파도를 튕기는 은어처럼 펄펄 살아 뛰는 하느님 얼굴이었네 Literature(문학)/Poem(시) 2020.05.18
내 안에 흐르는 시 / 이해인 내 안에 흐르는 시 / 이해인 1 내 안에 흐르는 피와 물처럼 보이지 않게 감추어 둔 생명의 말들 어느 날 시(詩)가 되어 쏟아지면 밖으로 쏟아진 만큼 나는 아프고 이로 인해 후유증이 심해도 나는 늘 행복하고 2 내 마음의 바다 위에 해초(海草)처럼 떠 다니는 푸른 시상(詩想)들 힘껏 건져 .. Literature(문학)/Poem(시) 2020.05.12
내 안에서 크는 산 / 이해인 내 안에서 크는 산 / 이해인 좋아하면 할수록 산은 조금씩 더 내 안에서 크고 있다 엄마 한번 불러 보고 하느님 한번 불러 보고 친구의 이름도 더러 부르면서 산에 오르는 날이 많아질수록 나는 조금씩 산을 닮아 가는 것일까? 하늘과 바다를 가까이 두고 산처럼 높이 솟아오르고 싶은 걸 .. Literature(문학)/Poem(시) 2020.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