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가을숲으로 가자 / 이해인 바람 부는 가을숲으로 가자 / 이해인 젊은 날 사랑의 뜨거움이 불볕 더위의 여름과 같을까. 여름 속에 가만히 실눈 뜨고 나를 내려다보던 가을이 속삭인다. 불볕처럼 타오르던 사랑도 끝내는 서늘하고 담담한 바람이 되어야 한다고 눈먼 열정에서 풀려나야 무엇이든 제대로 볼 수 있고, .. Literature(문학)/Poem(시) 2019.12.01
바람이여 / 이해인 바람이여 / 이해인 살 속 깊이 들어박힌 나의 슬픔은 바람이여 모두가 너의 탓이다 바위 끝에 부서지는 이승의 파도 위에 나를 낳아 키워서 갖고 싶은 바람이여 처음의 네 사랑이 칼로 꽂힌 심장에 위로의 눈짓 한번 건네 주지 않는 무정한 바람이여 어둠을 일으킨 그대 화살을 쏘아 시름.. Literature(문학)/Poem(시) 2019.11.29
바람이 내게 준 말 / 이해인 바람이 내게 준 말 / 이해인 넌 왜 내가 떠난 후에야 인사를 하는 거니?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왜 제때엔 못하고 한 발 늦게야 표현을 하는 거니? 오늘도 이끼 낀 돌층계에 앉아 생각에 잠긴 너를 나는 보았단다 봉숭아 꽃나무에 물을 주는 너를 내가 잘 익혀놓은 동백 열매를 만지작거리며 .. Literature(문학)/Poem(시) 2019.11.27
반지 / 이해인 반지 / 이해인 약속의 사슬로 나를 묶는다 조금씩 신음하며 닳아 가는 너 난초 같은 나의 세월 몰래 넘겨 보며 가늘게 한숨 쉬는 사랑의 무게 말없이 인사 건네며 시간을 감는다 나의 반려는 잠든 넋을 깨우는 약속의 사슬 Literature(문학)/Poem(시) 2019.11.25
밤의 기도 / 이해인 밤의 기도 / 이해인 내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밤은 싱싱한 바다 별을 삼킨 인어(人魚) 되어 깊은 어둠 속을 헤엄쳐 가면 뜨거운 불향기의 당신이 오십니다 고단한 여정(旅程)에 살갗마다 스며든 쓰라림을 향유(香油)로 씻어 내며 크게 하소서 안 보이는 밤에는 더욱 잘 보이는 당신의 얼.. Literature(문학)/Poem(시) 2019.11.22
밤 한 톨 / 이해인 밤 한 톨 / 이해인 가을날 정든 나무에 이별을 고하며 떨어져 내린 자유의 둥근 몸짓 가시로 얽힌 집 속에서 침묵을 삼키며 얼굴 하나 안 상하고 잘도 영글었구나 햇살도 축복하는 그대의 출가(出家) 오늘을 위해 그토록 단단한 의지로 숨어 살았구나 Literature(문학)/Poem(시) 2019.11.20
밤의 얼굴/이해인 밤의 얼굴 / 이해인 붙잡히지 않는 언어의 날개 달고 울면서 울면서 거리를 헤매다 돌아온 빈 방 홀로 깨어 낯을 씻는 밤의 얼굴 늘 본 듯도 하고 낯도 설은데 나에 취해서 나를 잃어가는 동안 기억 밖에 매 두었던 친구의 얼굴인가 나는 지쳐 있고 너는 살았구나 기다리는 네 손에 내가 주.. Literature(문학)/Poem(시) 2019.11.18
밥집에서 / 이해인 밥집에서 / 이해인 - 1999년 8월 "밥 좀 많이 주이소" 며칠 동안의 허기를 한꺼번에 채우려는 듯 내일의 몫까지 미리 채우려는 듯 그릇을 들고 오는 이들마다 일제히 큰소리로 외치는 이곳, 성 분도 두레상 나는 팔목이 아프도록 밥을 푸고 또 퍼도 다시 반복되는 후렴 "밥 좀 많이 주이소" 많.. Literature(문학)/Poem(시) 2019.11.16
밭도 아름답다 / 이해인 밭도 아름답다 / 이해인 바다도 아름답지만 밭도 아름답다 바다는 멀리 있지만 밭은 가까이 있다 바다는 물의 시지만 밭은 흙의 시이다 상추, 쑥갓, 파, 마늘 무, 배추, 당근, 오이 흙냄새 나는 이름들을 하나씩 불러보면 내 마음을 가득 채우는 새로움, 놀라움 고마움의 빛 나는 더없이 부.. Literature(문학)/Poem(시) 2019.11.14
밭노래 / 이해인 밭노래 / 이해인 1 밭은 해마다 젖이 많은 엄마처럼 아이들을 먹여 살립니다 배추 무 상추 쑥갓 감자 호박 당근 오이 수박 참외 토마토 옥수수 아이들의 이름은 참 많기도 합니다 2 비 온 뒤 밭에 나가니 땅 속을 몰래 빠져 나온 아기 홍당무가 흙 묻은 얼굴로 웃고 있다가 나에게 들켜서 얼.. Literature(문학)/Poem(시) 2019.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