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erature(문학)/Poem(시)

이해인 시 모음(자연01)

2018. 3. 27. 21:21

 

 

  

 

 

 

꽃멀미 /이해인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면

말에 취해서 멀미가 나고

꽃들을 너무 많이 대하면

향기에 취해서 멀미가 나지

살아 있는 것은 아픈 것

아름다운 것은 어지러운 것

너무 많아도 싫지 않은 꽃을

보면서 나는 더욱 사람들을

사랑하기 시작하지

사람들에게도 꽃처럼 향기가

있다는 걸 새롭게 배우기 시작하지 

 

 

 

 

 

 

 

꽃밭에 서면 / 이해인

 

꽃밭에 서면 큰 소리로 꽈리를 불고 싶다

피리를 불듯이

순결한 마음으로


꽈리 속의 자디잔 씨알처럼

내 가슴에 가득 찬 근심 걱정

후련히 쏟아 내며

꽈리를 불고 싶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동그란 마음으로

꽃밭에 서면


저녁노을 바라보며

지는 꽃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고 싶다


남의 잘못을

진심으로 용서하고

나의 잘못을

진심으로 용서받고 싶다


꽃들의 죄없는 웃음소리

붉게 타오르는

꽃밭에 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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