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 / 이해인
손자 손녀
너무 많이 사랑하다
허리가 많이 굽은
우리 할머니
할머니 무덤가에
봄마다
한 송이 할미꽃 피어
온종일 연도(煉禱)를
바치고 있네
하늘 한번 보지 않고
자주빛 옷고름으로
눈물 닦으며
지울 수 없는 슬픔을
땅 깊이 묻으며
생전의 우리 할머니처럼
오래 오래
혼자서 기도하고 싶어
혼자서 피었다
혼자서 사라지네
너무 많이 사랑해서
너무 많이 외로운
한숨 같은 할미꽃
찔레꽃 / 이해인
아프다 아프다 하고
아무리 외쳐도
괜찮다 괜찮다 하며
마구 꺽으려는 손길 때문에
나의 상처는
가시가 되었습니다
오랜 세월 남모르게
내가 쏟은
하얀 피
하얀 눈물
한데 모여
향기가 되었다고
사랑은 원래
아픈 것이라고
당신이 내게 말하는 순간
나의 삶은
누구라도 바꿀 수 없는 축복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Literature(문학) > Poem(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해인 시 모음(자연02) (0) | 2018.03.29 |
---|---|
이해인 시 모음(자연01) (0) | 2018.03.27 |
이해인 시 모음(03) (0) | 2018.03.23 |
이해인 시 모음(꽃02) (0) | 2018.03.21 |
이해인 시 모음(자연02) (0) | 2018.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