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erature(문학)/Poem(시)

이해인 시 모음(03)

2018. 3. 23. 21:11

 

 

 

낯설어진 세상에서 / 이해인

 

참 이상도 하지

사랑하는 이를

저 세상으로

눈물 속에 떠나 보내고


다시 돌아와 마주하는

이 세상의 시간들

이미 알았던 사람들

이리도 서먹하게 여겨지다니


태연하기 그지없는

일상적인 대화와

웃음소리

당연한 일인데도

자꾸 낯설고 야속하네


한 사람의 죽음으로

이토록 낯설어진 세상에서

누구를 의지할까


어차피 우리는 서로를

잊으면서 산다지만

다른 이들의 슬픔에

깊이 귀기울일 줄 모르는

오늘의 무심함을

조금은 원망하면서


서운하게

쓸쓸하게

달을 바라보다가

달빛 속에 잠이 드네

 

 

 

 

 

 

 

길 위에서 / 이해인

 

오늘 하루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없어서는 아니 될

하나의

길이 된다


내게 잠시

환한 불 밝혀주는

사랑의 말들도

다른 이를 통해

내 안에 들어와

고드름으로 얼어붙는 슬픔도


일을 하다 겪게 되는

사소한 갈등과 고민

설명할 수 없는 오해도


살아갈수록

뭉게뭉게 피어 오르는

나 자신에 대해 무력함도


내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오늘도 몇 번이고

고개 끄덕이면서

빛을 그리워하는 나


어두울수록

눈물날수록

나는 더

걸음을 빨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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