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erature(문학)/Poem(시)

이해인 시 모음(꽃02)

2018. 3. 21. 21:16

 

 

 

 

 

 

 

 

아카시아꽃 / 이해인

 

향기로 숲을 덮으며

흰 노래를 날리는

아카시아꽃


가시 돋친 가슴으로

몸살을 하면서도


꽃잎과 잎새는

그토록

부드럽게 피워 냈구나


내가 철이 없어

너무 많이 엎질러 놓은

젊은날의 그리움이


일제히 숲으로 들어가

꽃이 된 것만 같은

아카시아꽃

 

 

 

 

 

 

 

 

 

 

수국(水菊)을 보며 / 이해인

 

기도가 잘 안 되는

여름 오후

수국이 가득한 꽃밭에서

더위를 식히네


꽃잎마다

하늘이 보이고

구름이 흐르고

잎새마다

물 흐르는 소리


각박한 세상에도

서로 가까이 손 내밀며

원을 이루어 하나 되는 꽃


혼자서 여름을 앓던

내 안에도 오늘은

푸르디 푸른

한 다발의 희망이 피네


수국처럼 둥근 웃음

내 이웃들의 웃음이

꽃무더기로 쏟아지네

 

 

 

 

 

 

 

 

꽃망울 /  이해인

 

너를 향한 내 그리움의 꽃망울도

봄비에 젖어 터지려 한다

진달래처럼 아프게 부어오른

나의 꽃망울

이제는 울면서 조용히 터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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