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어진 세상에서 / 이해인
참 이상도 하지
사랑하는 이를
저 세상으로
눈물 속에 떠나 보내고
다시 돌아와 마주하는
이 세상의 시간들
이미 알았던 사람들
이리도 서먹하게 여겨지다니
태연하기 그지없는
일상적인 대화와
웃음소리
당연한 일인데도
자꾸 낯설고 야속하네
한 사람의 죽음으로
이토록 낯설어진 세상에서
누구를 의지할까
어차피 우리는 서로를
잊으면서 산다지만
다른 이들의 슬픔에
깊이 귀기울일 줄 모르는
오늘의 무심함을
조금은 원망하면서
서운하게
쓸쓸하게
달을 바라보다가
달빛 속에 잠이 드네
길 위에서 / 이해인
오늘 하루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없어서는 아니 될
하나의
길이 된다
내게 잠시
환한 불 밝혀주는
사랑의 말들도
다른 이를 통해
내 안에 들어와
고드름으로 얼어붙는 슬픔도
일을 하다 겪게 되는
사소한 갈등과 고민
설명할 수 없는 오해도
살아갈수록
뭉게뭉게 피어 오르는
나 자신에 대해 무력함도
내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오늘도 몇 번이고
고개 끄덕이면서
빛을 그리워하는 나
어두울수록
눈물날수록
나는 더
걸음을 빨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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