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개 적발서 급증… 대부분 폴란드산 베리류 제품
체르노빌 원전과 인접 영향인듯
전문가 “피폭 우려 수준 아니지만 특정 제품 수입검사 강화할 필요”
주부 손모 씨(35)는 먹거리에 혹시 남아있을지 모르는 농약 성분을 피하기 위해 마트에서 유기농 제품만 찾는다. 그런 손 씨가 4월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대형마트에서 산 유기농 블루베리 분말에서 허용치보다 많은 방사성물질인 세슘이 검출돼 회수 조치가 내려졌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방사성물질인 라돈이 침대에서 검출돼 생활 속 방사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먹고 마시는 제품 중에도 방사능이 허용치 이상 검출된 사례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유통식품 방사능 검사 현황’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통 중인 식품 중 세슘이 허용치(1kg당 100베크렐·Bq)를 초과한 제품은 올해 5월 말 기준 18개로 나타났다. 세슘 허용치 초과 식품이 2015년과 2016년엔 각 1개, 지난해엔 5개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급격한 증가세다. 1Bq는 1초당 방사성 붕괴가 1회 일어난다는 뜻이다. 수치가 높을수록 강한 방사능을 내뿜는다. 세슘은 자연에 존재하지 않고 원자력 발전이나 핵 실험 때 생겨나는 방사성물질로 과도하게 노출되면 인체 곳곳에서 암을 일으킬 수 있다.
올해 방사능 허용치 초과 제품 중 3개는 다행히 마트 등 소매점에 넘어가기 전 도매 단계에서 걸러졌다. 하지만 P사의 블루베리 분말은 이미 22.5kg이나 각 소매점에 팔린 상태였다. 이처럼 소비 단계로 넘어간 방사능 검출 제품은 올해 15개, 480kg이다. 2015년 6kg에 비해 소비 단계로 넘어간 양이 80배로 늘었다.
베리류를 가공한 제품에서 세슘이 가장 자주 검출됐다. 최근 4년간 세슘 허용치 초과로 적발된 제품 중 베리류는 빌베리 분말 10개, 링곤베리 분말 6개 등 총 22개다. 중국 등에서 수입한 건조능이버섯 등 버섯류를 제외하면 전부 베리류다. 특히 폴란드산 베리 분말에서만 올해 18건 적발됐다.
전문가들은 폴란드산 베리류에서 세슘이 자주 검출되는 이유가 1986년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가 일어난 체르노빌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탓(약 200km 거리)으로 보고 있다. 진영우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장은 “베리류는 방사선을 많이 흡수하는 성질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