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은 벌꿀을 뜻하고 아재는 부모와 같은 항렬에 있는, 아버지의 친인척을 제외한 남자를 이르는 아저씨의 낮춤말이다. 대충 짐작은 하겠지만 꿀보다 한 수 위인, 즉 꿀보다 더 단 대체감미료인 사카린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젠 꿀아재비가 일부 노인에게나 통하는 아련한 추억의 단어가 됐다. 왜 꿀할애비가 아니고 아재인지는 알 길이 없다.
옛날 설탕은 귀중품이었다. 이젠 설탕이 많이 들어간 식음료에 비만세, 죄악세를 매길 정도로 천대받는 몹쓸(?) 식품이 됐다. 얼마 전만 해도 명절선물로 최고의 인기였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설탕을 대체할 감미료가 필요했다. 그 원조 격으로 개발된 게 바로 사카린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형의 흰색 결정체, 대체감미료의 전설, 단맛을 갈구하던 서민의 구세주가 바로 사카린이었다. 미숫가루에 두서너 알갱이 집어넣어 마시면 정말 꿀맛이었다. 더울 때 시원한 찬물에 타 들이켜면 부러울 게 없었다. 그때는 이것이 칼로리 제로인 것은 모르고 꿀이나 설탕처럼 힘이 불끈불끈 솟는 원기식품인 줄로만 알았다. 동네 작은 교회 성경학교에서는 꿀아재비 단물로 코흘리개를 유혹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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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보다 300배 단 제로 칼로리의 대체 감미료
그런데 100여년간 별 탈 없이 사용되던 사카린이 억울하게도 식탁에서 퇴출당하는 운명을 맞는다. 1977년 캐나다에서 사카린을 먹은 수컷 쥐들이 방광암 발병률이 높아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서다. 이후 공포심리가 번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사용이 전면 금지되었다. 한국에서도 ‘사카린=발암물질’이라는 인식이 굳어지면서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는 길을 걷게 된다.
그러나 여러 후속실험에서 사카린이 무해하다는 결과가 나오고 종래의 실험이 비정상적인 조건에서 행해졌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대반전이 일어났다. 체중 70㎏인 성인 남자에게 매일 175g의 사카린을 먹인 정도의 비상식적이고 완전 엉터리인 실험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20여년 만에 사카린이 재조명되면서 1993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인체에 안전한 감미료라고 선언했고, 국제암연구소(IARC)와 미국 독성학 프로그램(NTP)은 발암물질 목록에서 제외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지난 2001년 사용금지 법안을 철회하기까지 이른다.
이후 미국 등 선진국에선 식품첨가물로서 전면 허용하는 조처를 하고 소비자의 불안도 해소되는 분위기였으나 한국은 규제를 푸는 데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여전히 사카린의 유해론이 득세하고 언론과 소비자단체들이 이를 부추기는 분위기 탓에 규제 완화에 대한 당국의 운신 폭이 좁았다. 다른 합성 감미료보다 사카린을 더 규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았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결국은 사카린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와 반대 명분이 설 자리를 잃게 되고, 세계적 추세를 거스를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전면 허용 조처가 내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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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전문가 퇴출시켜야
식품에 대한 선정적인 언론 보도는 반드시 사라져야 하고 엉터리 전문가를 퇴출하기 위해선 이제 시청자와 독자가 나서야 한다고 본다. 엉터리 전문가에게 책임을 묻는 무슨 대책이 있어야 할 시점에 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