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erature(문학)/Poem(시)

이해인 시 모음(꽃08)

2018. 4. 17. 11:35

 

 

 

 

채송화 꽃밭에서 / 이해인

 

색색의 빛깔로 피어난 채송화 꽃밭에서

환한 햇살 받으며 환해지는 마음


키가 작아도 즐겁기만 한 채송화 무리처럼

나도 다부지게 피렵니다


우리들의 추억이 한데 모여 앉은

채송화 꽃밭에서

나는 오늘도 '작은 자'의 행복을 누립니다

 

 

 

 

 

 

 

 

패랭이꽃 추억 / 이해인

 

희랍 대리석처럼

희고 깨끗한 얼굴을 가졌던

세레나 언니에게서

15살의 생일에

처음으로 받았던

한 다발의 패랭이꽃


연분홍 진분홍 하양

꽃무늬만큼이나

황홀한 꿈을 꾸었던 소녀 시절


누군가에게

늘 꽃을 건네는 마음으로 살고 싶었다

아니 한 송이의 진짜 꽃이 되고 싶어

수녀원에 왔다


더 많이 사랑하고 싶은 욕심에

가슴이 뛰었다


바람 부는 날

수녀원 뜰에

지천으로 핀 패랭이꽃을

보고 또 보며

지상에서의 내 고운 날들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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