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erature(문학)/Poem(시)

이해인 시 모음(꽃06)

2018. 4. 13. 19:34

 

 

 

제비꽃 연가

 

나를 받아 주십시오


헤프지 않은 나의 웃음

아껴 둔 나의 향기

모두 당신의 것입니다


당신이 가까이 오셔야

나는 겨우 고개를 들어

웃을 수 있고

감추어진 향기도

향기인 것을 압니다


당신이 가까이 오셔야

내 작은 가슴 속엔

하늘이 출렁일 수 있고

내가 앉은 이 세상은

아름다운 집이 됩니다


담담한 세월을

뜨겁게 안고 사는 나는

가장 작은 꽃이지만

가장 큰 기쁨을 키워 드리는

사랑꽃이 되겠습니다


당신의 삶을

온통 봄빛으로 채우기 위해

어둠 밑으로 뿌리내린 나

비오는 날에도 노래를 멈추지 않는

작은 시인이 되겠습니다


나를 받아 주십시오

 

 

 

 

 

 

 

 

 

치자꽃

 

눈에 익은

어머니의

옥양목 겹저고리


젊어서 혼자된

어머니의 멍울진 한을

하얗게 풀어서

향기로 날리는가


"얘야, 너의 삶도

이처럼 향기로우렴"


어느 날

어머니가

편지 속에 넣어 보낸

젖빛 꽃잎 위에


추억의 유년이

흰 나비로 접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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