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erature(문학)/Poem(시)

이해인 시 모음(꽃05)

2018. 4. 12. 12:11

 

 

 

 

 

달맞이꽃 / 이해인 

 

당신은 아시지요?

달님


당신의 밝은 빛

남김 없이 내 안에

스며들 수 있도록

이렇게 얇은 옷을 입었습니다


해질녘에야

조심스레 문을 여는

나의 길고 긴 침묵은

그대로 나의 노래인 것을,

달님


맑고 온유한

당신의 그 빛을 마시고 싶어

당신의 빛깔로 입었습니다


끝없이 차고 기우는 당신의 모습 따라

졌다가 다시 피는 나의 기다림을

당신은 아시지요?

달님

 

 

 

 

 

 

 

 

민들레 / 이해인 

 

은밀히 감겨간 생각의 실타래를

밖으로 풀어내긴 어쩐지 허전해서

차라리 입을 다문 노란 민들레


앉은뱅이 몸으로는 갈길이 멀어

하얗게 머리 풀고 솜털 날리면

춤추는 나비들도 길 비켜 가네


꽃씨만한 행복을 이마에 얹고

바람한테 준 마음 후회 없어라

혼자서 생각하다 혼자서 별을 헤다

땅에서 하늘에서 다시 피는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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