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 수련으로 / 이해인
내가 꿈을 긷는 당신의 못 속에
하얗게 떠다니는
한 송이 수련으로 살게 하소서
겹겹이 쌓인 평생의 그리움
물 위에 풀어 놓고
그래도 목말라 물을 마시는 하루
도도한 사랑의 불길조차
담담히 다스리며 떠다니는
당신의 꽃으로 살게 하소서
밤마다
별을 안고 합장하는
물빛의 염원
단 하나의 영롱한 기도를
어둠의 심연에서 건져내게 하소서
나를 위해
순간마다 연못을 펼치는 당신
그 푸른 물 위에
말없이 떠다니는
한 송이 수련으로 살게 하소서
나팔꽃 / 이해인
햇살에 눈뜨는 나팔꽃처럼
나의 생애는
당신을 향해 열린
아침입니다
신선한 뜨락에 피워 올린
한 송이 소망 끝에
내 안에서 종을 치는
하나의 큰 이름은
언제나 당신입니다
순명(順命)보다 원망을 드린
부끄러운 세월 앞에
해를 안고 익은 사랑
때가 되면
추억도 버리고 떠날
나는 한 송이 나팔꽃입니다
'Literature(문학) > Poem(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해인 시 모음(기타 03) (0) | 2018.04.22 |
---|---|
이해인 시 모음(기타02) (0) | 2018.04.20 |
이해인 시 모음(꽃09) (0) | 2018.04.19 |
이해인 시 모음(꽃08) (0) | 2018.04.17 |
이해인 시 모음(꽃 07) (0) | 2018.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