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erature(문학)/Poem(시)

이해인 시 모음(기타 03)

2018. 4. 22. 19:55

 

 

 

 

꽃 한 송이 되어 / 이해인

 

비 오는 날

오동꽃이 보랏빛 우산을 쓰고

나에게 말했습니다


넓어져라

넓어져라


더 넓게

더 넓게 살려면

향기가 없어도 괜찮다


나는 얼른

꽃 한 송이 되어

올라갔습니다


처음으로 올라가본

오동나무의 집은

하도 편안해

내려오고 싶지 않았습니다


당신도 오실래요?

 

 

 

 

 

삶 / 이해인

 

내 몸 속에 길을 낸 혈관 속에

사랑은 살아서 콸콸 흐르고 있다


내 허전한 머리를 덮은 머리카락처럼

죽음도 검게 일어나

나와 함께 매일을 빗질하고 있다


깎아도 또 생기는 단단한 껍질

남모르게 자라나는 나의 손톱처럼

보이지 않는 신앙도

보이지 않게 크고 있다


살아 있는 세포마다

살아 있는 사랑

살아 있는 슬픔을

아무도 셀 수가 없다


산다는 것은

흐르면서 죽는 것

보이지 않게


조금씩 흔들리며

성숙하는 아픔이다

 

 

'Literature(문학) > Poem(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해인 시 모음 (기타5)  (0) 2018.04.25
이해인 시 모음( 자연05 )  (0) 2018.04.24
이해인 시 모음(기타02)  (0) 2018.04.20
이해인 시 모음(꽃10)  (0) 2018.04.19
이해인 시 모음(꽃09)  (0) 2018.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