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한 송이 되어 / 이해인
비 오는 날
오동꽃이 보랏빛 우산을 쓰고
나에게 말했습니다
넓어져라
넓어져라
더 넓게
더 넓게 살려면
향기가 없어도 괜찮다
나는 얼른
꽃 한 송이 되어
올라갔습니다
처음으로 올라가본
오동나무의 집은
하도 편안해
내려오고 싶지 않았습니다
당신도 오실래요?
삶 / 이해인
내 몸 속에 길을 낸 혈관 속에
사랑은 살아서 콸콸 흐르고 있다
내 허전한 머리를 덮은 머리카락처럼
죽음도 검게 일어나
나와 함께 매일을 빗질하고 있다
깎아도 또 생기는 단단한 껍질
남모르게 자라나는 나의 손톱처럼
보이지 않는 신앙도
보이지 않게 크고 있다
살아 있는 세포마다
살아 있는 사랑
살아 있는 슬픔을
아무도 셀 수가 없다
산다는 것은
흐르면서 죽는 것
보이지 않게
조금씩 흔들리며
성숙하는 아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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