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노래 / 이해인
1
구름도 이젠
나이를 먹어 담담하다 못해
답답해졌나?
하늘 아래
새것도 없고
놀라울 것도 없다고
감탄사를 줄였나?
그리움도 적어지니
괴로움도 적어지지?
거룩한 초연함인지
아니면 무디어서 그런 건지
궁금하고 궁금하다
대답해주겠니?
2
나의 삶은
당신을 향해 흐르는
한 장의 길고 긴
연서였습니다
새털구름
조개구름
양떼구름
꽃구름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여러 형태의 무늬가 가득하여
삶이 지루한 줄 몰랐습니다
오늘도 나는
열심히 당신을 찾고 있군요
내 안에는 당신만 가득하군요
보이는 그림은 바뀌어도
숨은 배경인 내 마음은
바뀌지 않았다고
나는 구름으로 흐르며
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어느 수채화 / 이해인
비 오는 날
유리창이 만든
한 폭의 수채화
선연하게 피어나는
고향의
산마을
나뭇잎에 달린
은빛 물방울 속으로
흐르는 시냇물 소리
물결 따라
풀잎 위엔
무지개 뜬다
그 위로 흘러오는
영원이란 음악
보이지 않는 것들을
잡히지 않는 것들을
속삭이는 빗소리
내가 살아온 날
남은 날을
헤아려 준다
창은 맑아서
그림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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