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손 시린 나목 가지 끝에
홀로 앉은 바람 같은 목숨의 빛깔
그대의 빈 하늘 위에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차 오르는 빛
구름에 숨어서도 웃음 잃지 않는
누이처럼 부드러운 달빛이 된다
잎새 하나 남지 않은 나의 뜨락에
바람이 차고 마음엔 불이 붙는 겨울날
빛이 있어 혼자서도
풍요로워라
맑고 높이 사는 법을 빛으로 출렁이는
겨울 반달이여
반지
약속의 사슬로
나를 묶는다
조금씩 신음하며
닳아 가는 너
난초 같은 나의 세월
몰래 넘겨보며
가늘게 한숨쉬는
사랑의 무게
말없이 인사 건네며
시간을 감는다
나의 반려는
잠든 넋을 깨우는
약속의 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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