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기타)/collection(모음집)

잠들지 못한 밤/정회정

2012. 10. 23. 09:32

  

잠들지 못한 밤

주연 정희정

코스모스 일렁이는 꽃잎 위에 눕고 싶다.
선녀의 날개처럼 한들거리는
코스모스 꽃잎 이불 위에서 나비 잠을 잘까?
꽃잠을 잘까?
곱게 물든 이 가을꽃 바람 따라 내려와
포근하게 나를 덮어줄 낙엽 이불 덥고
한숨 푹 자고 싶다.

그동안 편히 잠들지 못한 부질없는 것들은
늘 존재를 찾아 흩어져 헤맨
절뚝거리는 삶은 수없이 모래성을 쌓았다가
공허한 창으로 빠져나가는 얄팍한 기대

가끔은 어둠의 가장 깊고 부드러운 안식에서
온종일 몸으로 부딪치며 열심히 살았지만
밤에는 쉬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지붕 없는 방바닥에 누운 것처럼 뒤척이고
잠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한
허허로운 가슴으로는 찬 바람이 숭숭 들어왔다.

심장은 안정을 찾지 못해 불안하고
노곤한 몸은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서 내려놓고
앉아서 쉬어도 허전하기만 했다.
언제 내가 이렇게 좋은 침대에서

잠을 잘 수가 있을까?
지나온 시간은 늘 불안하고 미완성의 생각은
반성의 일기장을 써 내려갔던
숱한 하얀 밤들이었다.

내일의 찬란한 태양이 뜰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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