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기타)/Info(정보)

관절염 치료, 물렁뼈 홍어?

2020. 5. 13. 18:08

사이언스샷] "관절염 치료, 물렁뼈 홍어에게 물어봐"

  • 인간과 달리 평생 연골 자라는 홍어
    영 연구진, 손상 연골 재생 차음 확인
    줄기세포로 언골 재생에 도움줄 듯
어린 홍어의 물렁뼈(연골)를 파란색으로 염색한 모습. 홍어는 인간과 달리 성체가 돼도 연골이 계속 자란다./영 케임브리지대
어린 홍어의 물렁뼈(연골)를 파란색으로 염색한 모습. 홍어는 인간과 달리 성체가 돼도 연골이 계속 자란다./영 케임브리지대

어린 홍어의 몸 안이 투명하게 훤히 보인다. 파란색으로 염색된 부분들은 물렁뼈(연골)이고 군데군데 분홍색이 단단한 조직이다. 온몸이 물렁뼈인 홍어지만 무릎이 망가진 관절염 환자를 다시 걷게 해줄지 모른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앤드루 길리스 교수 연구진은 12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이라이프(eLife)’에 “미국 동부 해안에 사는 홍어(Leucoraja erinacea)가 평생 연골이 자랄 뿐 아니라 손상된 연골도 수선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길리스 교수 연구진은 이번에 홍어가 연골이 손상되면 고쳐 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실험실에서 동물의 연골 수선이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홍어 연골은 상처가 아물면 흉터도 남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길리스 교수는 “홍어는 연골을 만드는 유전자가 인간과 상당 부분 같다”며 “홍어가 다 자라서도 연골을 만들 수 있다면 인간도 가능하다고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골 재생 치료의 단서 될 수도

무릎 관절염은 나이가 들어 완충역할을 하는 연골이 마모돼 뼈끼리 마찰이 일어나는 질환이다. 인간은 나이가 들면 더는 연골이 자라지 않는다. 사고로 연골을 다쳐도 마찬가지다. 반면 상어나 홍어, 가오리 같은 연골어류는 딱딱한 뼈 대신 물렁뼈(연골)로 돼 있는데 이 연골은 나이가 들어도 계속 자란다. 홍어는 관절염 걱정이 없는 셈이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다 자란 홍어는 새로운 연골을 만드는 특별한 형태를 세포를 갖고 있음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이 세포에 표시해서 나중에 새로운 연골이 되는 과정을 추적했다.

최근 좌식 생활과 고령화로 관절염 환자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국내에서 무릎 인공관절수술을 받은 환자 수는 7만7318명으로 지난 2015년 대비 39% 증가했다. 최근 인공관절 대신 줄기세포로 연골을 재생하려는 연구가 진행됐지만 아직은 한계가 있다. 줄기세포를 주입해 일단 연골로 자라게 할 수 있지만 대부분 분화가 멈추지 않고 계속돼 뼈로 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연골을 만드는 홍어 줄기세포는 딱 연골까지만 자랐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발전시키면 관절염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단서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길리스 교수는 “어떻게 줄기세포가 뼈까지 자라지 않고 연골에서 분화를 멈추지는 관련 유전자를 찾고 있다”며 “홍어의 연골 수리 과정을 이해하면 사람 줄기세포가 연골까지만 자라게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발 보행은 홍어에서 먼저 시작

사람이 다시 걸을 수 있는 단서가 홍어에 있는 것은 어쩌면 오래전에 정해진 일일지도 모른다. 사람처럼 두 다리로 걷는 일이 홍어에서 먼저 시작됐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대의 제레미 데이슨 교수 연구진은 지난 2018년 국제학술지 ‘셀’에 “홍어의 보행능력을 제어하는 신경망이 포유류와 같다”고 발표했다.

홍어는 지느러미가 두 쌍 있다. 한 쌍의 커다란 지느러미는 바다 속에서 헤엄치는 데 쓰고 나머지 한 쌍의 작은 지느러미는 몸통 아래쪽에 붙어 바닥을 기어다닐 때 쓴다. 홍어가 작은 지느러미 한 쌍을 좌우로 굽혔다 폈다 하며 바닥을 기는 모습은 마치 인간이 두 다리로 걷는 모습과 닮았다.
홍어가 몸통 아래의 작은 지느러미를 발처럼 이용해 이동하는 모습. 마치 사람이 걷는 모습 같다./Science
뉴욕대 연구진은 홍어의 보행을 제어하는 유전자와 신경세포는 인간에서 팔다리 근육을 조절해 보행을 돕는 신경세포와 같다고 밝혔다. 이는 보행 을 제어하는 신경망이 훨씬 오래전에 진화했음을 의미한다. 보행이 포유동물에서 처음 등장한 것이 아니라 홍어와 포유동물의 공통조상에서 나왔을지 모른다는 것.

연구자들은 보행이 시작된 시기가 홍어의 조상이 살았던 약 4억2000만 년 전일 것이라 추측한다. 이때 보행이 진화했다면 최초의 육상 척추동물이 바다에서 나온 시기보다 2000만 년 앞서는 셈이다.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