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만 하다면 60세 이후가 제일 행복하다는 얘기가 있다. 자녀교육, 조직생활 다 마무리하고 더는 남 눈치 안 보고 부질없는 욕망에도 벗어나 진짜 나를 위한 삶이 가능하다는 거다. 반면 장수 시대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일하고 싶은데 할 일은 마땅치 않고 돈도 걱정이니 장수가 재난처럼 여겨진다. 현실이 된 100세 시대를 어떻게 살아내야 하느냐가 새로운 사회적 화두다.
100세 현역 철학자 김형석
60~80세가 인생의 황금기
정신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성장하는 동안에는 안 늙어
그는 25일 중앙일보가 주최하는 ‘더, 오래 콘서트’에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주제로 강연한다. 앞서 지난 14일 만난 그는 한 시간 넘는 인터뷰에도 피곤한 기색이 없었다. "내가 철이 없어서 그런지 늙는다는 생각이 잘 안 든다”며 웃었다.
건강과 장수의 비결이 궁금했다. “어머니 소원이 제가 스무살을 넘기는 거였고, 중학교에 못 갈 정도로 몸이 약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건강에 신경 써야 했고, 신체적 절제를 했더니 50살에 남들과 건강이 비슷해졌죠. 그리고 이제는 더 오래 살고 있고요.” 특히 나이 들면, 타고난 것보다 관리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건강관리는 50대 중반부터, 수영과 자전거가 좋다”고 추천하는 그는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은 수영장에 가고, 하루 50분씩 걸으며, 집에서 1·2층을 숱하게 오르내린다. 예민한 성격이지만 잠을 잘 자고, 피곤하면 휴식 대신 운동으로 피로를 푼다. 아침은 사과와 우유 등 하루 3끼를 잘 챙기는 게 기본. 10여 년 전, 23년간 투병한 아내와 사별 후 그는 홀로 산다. “행복하게 일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을 때까지 사는 게 최상의 인생이다. 정신적으로 인간적으로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일은 젊음 뿐 아니라 행복의 원천이기도 하다. 그가 보기에 세상 모든 일의 목적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 삶의 목적도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모두가 행복할 때 나도 진짜 행복해진다. 자칫하면 ‘꼰대’가 되는 시대, 노인이 사회와 젊은이들에게 외면받지 않으려면 뭐라도 존경받을 점이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일상 속에서 식당 종업원, 버스 기사에게 늘 인사를 잊지 않습니다. 손주에게 모범을 보인다고 생각해요. 사실 교통부 장관보다 더 내 삶에 행복을 주고 중요한 이가 버스 기사 아닙니까. 그의 직업적 자존감을 제가 지켜줄 수 있고, 이렇게 타인을 내가 높이면 나도 그로부터 존경받게 됩니다. 이걸 망각할 때 갑질문화라는 게 생겨나죠.”
한국은 ‘분노사회’이기도 한데, 그는 주변에 100세 넘긴 사람들의 공통점이 “욕심 없고 화를 안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은 사랑이 있는 교육과 인간관계가 부족한 사람들이죠. 사랑 있는 교육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늙어서도 돈 걱정인 이들에 대한 조언도 했다. “돈이 중요하지만 인간다운 삶의 방편일 뿐 목적이 아니죠. 모두가 이런 생각을 공유해야 합니다. 소유가 삶의 전부인 사람이 있는 한 가난은 절대 사라지지 않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