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후연구소 조윤석 소장
한달 전기료 350원 초절전 모델
황신혜밴드 출신 문화기획자
- 질의 :어떻게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게 됐나.
- 응답 :“장흥에 있을 때 ‘지구온난화가 올테니 단열재는 필요 없겠지’ 하며 방갈로를 지었다. 그런데 여름에 잘 수도 없이 더워 열반사 단열재를 공부하게 됐다. 열은 반사시키지 않으면 축열돼 빛을 차단해도 계속 뜨겁다는 원리를 피부로 느꼈다. 그게 쿨루프 아이디어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겨울엔 70~80대 장흥 어른들이 생애 제일 춥다고 할 정도로 영하 8도까지 떨어졌다. 온난화인데 왜 겨울에 추운지 공부하다 북극이 따뜻해지며 제트기류가 찬 공기를 머금지 못해진다는 걸 알았다. 귀농을 보류하고 서울로 올라와 십년후연구소 송성희 대표와 연구소의 정체성을 기후변화에 맞추자고 얘기했다.”
- 질의 :은하수 공기청정기도 그런 일환일까.
- 응답 :“기후변화 이야기를 하면 ‘도를 아십니까’ 취급을 하는데, 미세먼지 얘기를 하면 적어도 귀를 쫑긋 세워주시니까(웃음).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다. 심혈관질환이 있는 미세먼지 민감군이라 심한 날엔 피곤해서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겠더라. 결국 지난봄에 심장수술을 받았다. 지지난해부터 공기청정기 연구를 해서 은하수를 만들기 시작했다.”
- 질의 :은하수는 5만5000원이다. 수십만 원 하는 기존 공기청정기에 무척 싸다.
- 응답 :“기업 상품은 큰 공간의 공기를 깨끗이 한다. 공기는 가벼운 것 같지만 팥죽처럼 걸쭉하기 때문에 다이슨 제품처럼 공기를 휘저어 정화하는 높은 기술이 필요하고 전력소비도 상당하다. 화석연료로 생긴 미세먼지를 막으려고 또 막대한 전기를 쓰는 게 역설적이지 않나. 그보단 전력소비가 적은 공기청정기를 각 방마다 놓는 게 효율적이다.”
- 질의 :쿨루프 캠페인은 벌써 4년째다. 처음엔 서울시 에너지시민협력과와 함께 했다.
- 응답 :“당시 서울 디자인재단 이사장이던 안상수 교수와 막역한 사이라 도시 디자인 관련 아이디어로 쿨루프를 제안했다. 그즈음 뉴욕에서도 ‘화이트 루프 프로젝트’가 진행됐던 터라 박원순 시장도 알고 있더라. 서울시가 보유한 건물에 시범적으로 칠해보려 했는데 모두 싫다고 했다(웃음). 옥상이 초록색이 아니라 흰색인 것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기도 하고.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오기가 나서 홍대 음악하는 후배들 옥상을 칠해주기 시작한 게 여기까지 왔다.”
- 질의 :귀농이 남긴 게 많아 보인다.
- 응답 :“그렇다. 2005년 홍대 한 인디밴드가 MBC 음악프로에서 성기를 노출한 사건이 있었다. 그 때 홍대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를 이야기 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클럽을 운영하며 어렵게 생활해온 친구들이 ‘홍대가 여론의 뭇매를 맡으면 다 망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결국 내가 대신 나가 사과를 했다. 이후 홍대가 더 이상 예술을 생산하는 공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젠트리피케이션도 심해져 월세도 올랐고. 유통은 비싼 서울에서, 생산은 싼 지방에서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생산 공동체를 만들고자 장흥에 갔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서울토박이라 서울의 매연도, 극장도, 친구들도 그립더라.”
- 질의 :기후변화에 대해
- 응답 :“현재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으로 여러 정치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지구 기온이 높아지면 시리아 등에서 사막화가 되고, 물부족 문제로 내전이 일어나 난민이 생긴다. 난민은 유럽에 유입되고 유럽 국가엔 이들을 막으려는 우경화 세력이 득세한다. 산업화를 이룬 선진국이 삶의 질을 높이려 사용한 화석연료가 기후 변화를 일으키고 그 문제는 최빈국이 겪는다.”
- 질의 :이런 심각성에 반해 한국사람들은 환경 문제에 무관심한 이유는 뭘까.
- 응답 :“자연을 마음껏 누려야 환경을 향한 주인의식이 생기는데 그런 적이 없는 것 같다. 게다가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에서 젊은 세대가 느끼는 불안도 크다. 불안한 미래 앞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지난해 덴마크에 갔는데, 그들은 환경을 훼손하는 개발 정책이 나오면 뛰어나와 시위한다. 내 소중한 자연을 망가뜨리지 말라는 거다. 나이가 드니 내가 좋은 영향을 받았던 것을 사회적 유산으로 남기고 싶다. 그게 환경과 자연을 향한 가치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