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다. 한적한 시골길을 걸으며 봄 풍경을 즐겨보자. [사진 한국관광공사]
연일 미세먼지에 시달리고 있는 요즘이다. 청명한 하늘과 포근한 날씨가 얼른 찾아와주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곧이어 본격적인 봄꽃 시즌이 시작되고, 겨우내 거뭇거뭇했던 대지도 연녹색 파릇파릇한 잎사귀로 뒤덮일 것이다. 색이 충만하니 절로 눈이 즐거운 이 계절을 오롯이 즐기는 여행법이 바로 걷기다. 걷기 좋은 4월,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전국의 걷기여행길을 눈여겨보자.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만끽하기 제격인 여행지다.
한국관광공사, 4월 걷기여행 길 추천
두물머리 물소리 듣는 양평 물소리길
임실에서는 한적한 섬진강 정취 느끼기
여수의 숨은 보석섬 하화도로 꽃 여행
이사부길을 따라 걸으면 만나게 되는 강원도 삼척 후진해수욕장. [사진 한국관광공사]
강원도 삼척에 가면 ‘이사부(異斯夫)’라는 이름을 건 공원과 건물이 많이 보인다. 도시에서 열리는 축제나 스포츠 대회 때도 이사부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이사부는 ‘독도는 우리 땅’ 가사에도 등장하는 신라 장군이 맞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면 지하에서 웃는다는 그 위인이다. 삼척이 ‘이사부의 고장’을 주장하는 데는 역사적 근거가 있다. ‘지증왕 6년(505년) 봄 2월에 왕이 몸소 나라 안의 주·군·현을 정하였다. 실직주(지금의 삼척)를 설치하고 이사부를 군주로 삼았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이 바로 그것이다. 삼척시는 울릉도 등 우산국을 우리 역사에 편입한 신라 장군 이사부의 해양개척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0년 정라동 이사부 광장에 대형 나무로 만든 사자상을 조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해를 호령했던 이사부를 기릴 수 있는 여행지는 아무래도 바다가 제격일 듯 싶다. 후진해수욕장부터 후진항~두꺼비바위~삼척항까지 이어지는 길은 삼척의 짙푸른 바다를 내내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바로 이 길에 ‘이사부길’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4.7㎞ 코스로 어린이도 걸을 수 있을 만큼 길이 편하다.
벚꽃이 만발한 물소리길 풍경. [사진 한국관광공사]
경기도 양평은 서울과 가까워 주말여행지로 삼기 좋다. 양평이 전원생활을 꿈꾸는 젊은 세대와 은퇴 후 새로운 정착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살기 좋은 고장으로 이름이 난 데에는 깨끗한 강이 한몫을 한다. 양평은 두 줄기로 흐르던 남한강과 북한강이 두물머리에서 몸을 섞어 온전하게 한줄기로 시작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평군에서 엮어낸 길 이름을 물소리길로 한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모두 여섯 코스로 운영하는 물소리길의 세 번째 코스가 전철 경의중앙선 양평역부터 원덕역까지 이어지는 ‘버드나무나루께길’이다. 양평역은 지하철로도 연결되기 때문에 더 편하다. 갈산공원과 현덕교를 지나 원덕초등학교까지 10㎞ 남짓 길이 이어진다. 절반은 남한강 물길을, 나머지 절반은 남한강의 지류인 흑천 물길을 따라간다. 처음부터 끝까지 물을 따라가는 걸음이기에 물소리길이라는 이름에 가장 어울리는 길이다. 전체 코스를 소화하는데 2시간이면 충분하다.
생동하는 봄을 느낄 수 있는 섬진강 문학마을길. [사진 한국관광공사]
섬진강변은 봄철마다 몸살을 앓는다. 전남 구례에는 산수유, 전남 광양은 매화, 경남 하동에는 벚꽃이 지천으로 피는 까닭이다. 봄의 꽃잔치를 구경하러 전국에서 여행객이 몰려온다. 한적한 시골길이 대형 관광버스의 주차장으로 변모되기도 한다. 그에 반해 섬진강 500리 중 전북 임실군은 섬진강의 풍경과 한적한 정취를 한번에 느낄 수 있는 여행지다. 산 좋고 물 맑은 섬진강 상류에 해당한다. 특히 장산리 진뫼마을은 시인 김용택이 나고 자란 곳으로 '섬진강 문학마을길'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총 40㎞의 문학마을 길 중 임실군 구간은 약 14㎞이다. 특히 진뫼서 천담마을을 거쳐 구담마을에 이르는 약 8㎞ 구간은 봄에 걷기에 그지없이 좋은 구간이다. 연둣빛으로 피어나는 나무와 풀을 비롯해 은은한 산벚꽃 등 산과 들이 모두 새롭게 태어난다. 섬진강 문학마을길은 관통하려면 13시간이 소요된다. 중간에 가장 좋은 코스만 똑 잘라 걷자. 물우리마을에서 시작해 진뫼마을~천담마을~구담마을까지 이어지는 9.11㎞ 구간을 걷는데 2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여수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 하화도. [사진 한국관광공사]
여수 앞바다에는 봄마다 꽃이 만발해 ‘꽃섬’이라 불리는 섬이 2개 있다. 두 섬은 1㎞ 남짓 떨어져 있는데 북쪽에 있는 섬을 ‘웃꽃섬’이라는 의미에서 상화도(上化島), 남쪽에 있는 섬을 ‘아래 꽃섬’또는 하화도(下化島)라 부르고 있다. 이순신 장군이 항해를 하다 꽃들이 많아 '꽃섬'이라 명명했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하화도가 임진왜란 이전에 무인도였던 섬으로 조선 수군이 해상지도를 제작하면서 이름을 붙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27가구, 31명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 하화도는 봄에 꼭 한번 들러볼만한 여행지다. 섬에 5.7㎞의 걷기길인 '하화도 꽃섬길'이 조성됐다. 3시간이면 족히 걸을 길이지만 중간중간에 섬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어 발걸음이 자꾸 늦춰진다. 유채꽃, 진달래, 동백 같은 봄꽃이 시선을 붙잡는다. 여수 백야항에서 하루 3번 배가 뜬다.
하와동 명물인 출렁다리. [사진 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