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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수도자, 14년간 서서 잔 까닭은

2017. 11. 3. 19:41

사막의 수도자, 14년간 서서 잔 까닭은


"한 말씀 해주십시오."

4~6세기 이집트, 시리아, 팔레스티나와 터키 등 소아시아 지역의 사막은 수도자들이 넘쳐났다. '사막의 교부(敎父)'들이다. 이들은 사막에 작은 암자(움막)를 짓거나 동굴 혹은 10m가 넘는 기둥 위에 혼자 살면서 수행했다. 하루 한 끼만 먹고 철저히 금욕 생활하는 이들을 찾아온 수많은 제자는 '한 말씀'을 물었다.

터키 카파도키아의 초기 그리스도 교인들의 유적.
사막에서 수행한 수도자들은 초기 그리스도교의 영성을 풍부하게 만들어줬다. 사진은 터키 카파도키아의 초기 그리스도 교인들의 유적. /김성윤 기자
최근 성(聖)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허성석 신부가 번역한 '사막 교부들의 금언'(분도출판사)은 그런 '한 말씀'들을 모은 것이다. 사막 교부 100여 명을 그리스어 알파벳 순(順)으로 정리해 어록을 정리했다. 대화는 짧고 강렬하다. 중국 당·송 시대 고승(高僧)들의 선문답(禪問答)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생활 규칙은 지극히 간단하다. "수도승에게 필요한 세 가지는 (자발적) 유배, 가난, 침묵 속의 인내입니다." "혀와 배를 다스리라"고도 말한다. 때로는 침묵을 지키기 위해 3년간 입에 돌을 물고 살기도 했다. 14년간 눕지 않고 앉거나 서서 잠들었다는 고백도 있다.

무소유 정신을 잘 보여주는 일화는 이런 것이다. 어느 날 제자가 길가에 떨어진 완두콩을 발견하고 스승에게 물었다. "사부님, 제가 주워도 될까요?" 스승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되묻는다. "네가 그것을 거기에 놓았느냐?" "아니요" "그렇다면 어떻게 네가 놓아두지 않은 것을 주울 수 있겠느냐?"

왜 독방에서 혼자 지냈을까? 교부들은 그 이유를 "하느님과 살면서 동시에 사람들과 함께 살 수 없습니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 오래 있으면 죽는 것처럼 수도승이 암자 밖에서 지체하거나 세상 사람들 가운데서 머무르면 하느님 안에서의 깊은 평화를 빼앗깁니다"라고 설명한다.

'욕정'에 대한 경계는 현대인들의 일상생활에도 도움이 될 만하다. "욕정은 네 단계로 작용합니다. 첫째는 마음으로, 둘째는 얼굴로, 셋째는 말로 활 동합니다. 그리고 넷째는 악을 악으로 되갚으려는 욕정으로 드러납니다. 마음을 정화할 수 있다면, 욕정은 표출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욕정이 얼굴로 다가오면, 말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하지만 말을 하더라도 악을 악으로 갚지 않기 위해 대화를 서둘러 중단하십시오."

책을 읽으면 왜 사막의 교부들이 그리스도교 영성에 큰 영향을 끼쳤는지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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