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을 다룬 드라마는 지금까지 10편 정도 제작됐다. 제작자에 따라서 "너무 위대해 공감대와 재미를 느낄 수 없다"는 의견과 "다양한 업적만큼 무궁무진한 이야기의 보고"라는 상반된 의견이 존재하는 세종 이야기는 시대에 맞춰 변화하는 중이다. 80년대 이전엔 혁명적 인물을 배제하는 시대의 분위기에 따라 세종대왕의 업적과 도덕성을 강조하는 드라마들이 나왔다. 최근엔 2011년 SBS 뿌리깊은 나무 라는 팩션 사극을 시작으로 성군 이미지에 가려졌던 의외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독자들에게 가장 익숙할 97년작 '용의눈물'부터 화제 웹툰 '조선왕조실톡'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MBC 에브리원의 '툰드라쇼'까지 TV 속 세종대왕의 모습을 담아 실록과 함께 비교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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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녕대군 시절 by KBS 드라마 '용의눈물'
드라마 속 충녕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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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 속 충녕대군
태종실록 속 충녕대군의 모습은 드라마 '용의 눈물'에 나오는 충녕대군과 많이 다르지 않다. 실록 속에서 태종은 충녕의 학문적 깊이에 감탄하며, 양녕과 비교하는 발언을 종종한다. 이에 양녕이 질투를 하며 충녕의 부족한 점에 대해 얘기하지만 태종은 큰 결점이 아니라고 대답한다. 결국 태종은 세자 양녕을 폐하고 충녕대군을 세자로 삼는데 이 과정에서도 그의 학식과 성품에 대해 태종이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가 나타난다.
한글을 만든 영웅 세종 by KBS 대왕세종
드라마 속 세종대왕▶관련 기사 : 허구와 역사 사이 '대왕세종', 역사 속 충녕은 귀양을 떠났나?
또한 그는 자신만의 정치 소신을 갖고 이를 실천하고자 한다. 어린시절부터 백성의 삶에 관심을 가졌으며 태종이 군권을 쥐고 있었던 즉위 직후에는 태종의 대마도 정벌 정책과 별개로 자신만의 외교 정책을 연구한다. 왕이 될 수 없었던 대군 시절과 상왕의 영향 아래 있었던 상황에서도 수동적인 역할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뜻을 펼치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실록 속 세종대왕
세종이 당시 세자였던 양녕대군에게 맞서 세자 자리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는지는 알 수 없다. 상왕 태종의 대마도 정벌 정책과 대립했다는 정확한 기록도 찾기 힘들다. 하지만 양녕대군을 폐할 무렵, 양녕대군과 세종의 사이엔 다소 껄끄러운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충녕대군이 양녕대군에게 옳지 못한 행동에 대해 지적하거나, 양녕대군이 충녕대군의 모자란 점에 대해 태종에게 얘기하는 일화가 실록에 등장한다. 특히 양녕대군은 태종에게 자신의 폐위의 결정적 원인이 된 곽선의 첩인 어리와 간통한 사실을 얘기한 사람이 충녕대군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형제 간의 미묘한 감정 대립은 있었지만 왕위를 두고 칼을 겨누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형제, 동료를 죽여가며 왕위를 지키고자 했던 태종이 자신의 과오를 자식세대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누차 우애를 강조했던 점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갈등하며 성장하는 이도 by SBS 뿌리깊은나무
드라마 속 이도
위대한 업적 아래 가려진 세종의 내적갈등과 인간적 고뇌를 다뤄 방영 당시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그의 불안한 심리 상태는 '우라질', '젠장' 등의 욕을 하는 다혈질적인 모습으로 표현됐는데, '욕하는 세종' 불리며 시청자들에게 친근감을 줬다.
세종의 재위 기간 32년 중 훈민정음 반포 전후의 시기만 다룬 이 드라마는 전회에 걸쳐 세종이 한글을 만들고 반대에 부딪히는 과정이 상세히 그려진다. 그는 궁녀들의 도움을 받아 문자의 모양을 만들고, 일반 백성들에게서 의성어와 의태어를 들으며, 학자들에게 은밀히 타국의 어학 관련 책을 구해오게 한다. 한글 창제는 극소수의 사람만 알고 있는 계획으로 아주 비밀스럽게 진행된다.
실록 속 이도
하지만 이 때문에 드라마에서처럼 호위무사를 내세워 태종에게 직접적으로 반기를 들지는 않았다. 아버지의 뜻에 따르면서 조용히 자신만의 정치를 준비했다. 아버지를 존중하며 때를 기다렸다는 점이 아버지에 대한 반감을 가진 채 때를 기다린 드라마 속 이도와 다르다. 욱하는 성질을 못참고 '이런 젠장', '빌어먹을'같은 욕을 내뱉지도 않았다. 드라마 속 욕을 하는 모습은 드라마 캐릭터로서 재미요소와 극적요소를 부각하기 위한 것이다. 욕을 자주 하기는 커녕 오히려 태종실록에 써 있는 것보다 화내는 횟수도 적은 인자한 군주였다고 한다. 이로 인해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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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창제 과정은 비밀스럽게 진행된 세종 혼자만의 작품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 훈민정음 반포 때를 제외하면 이전에 문자 창제에 대한 언급이 실록에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누구와 함께 무엇을 어떻게 연구해서 '한글'이라는 문자가 나왔는지에 대한 기록은 찾을 수 없다. 세자에게 본격 업무를 넘기기 시작했던 무렵, 중국와 일본에서 가져온 운서에 대한 분석과 연구가 이뤄졌다는 기록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처럼 세종이 한글을 만드는 과정에 궁녀들과 일반백성들의 협조를 받았는지의 사실 여부는 알 수 없다. 드라마의 재미와 세종의 세계관, 한글이 담긴 의미를 표현해내기 위한 설정이었을 확률이 높다.
고기 좋아하는 대식가 세종 by MBC every1 조선왕조실톡
드라마 속 세종
웹툰 '조선왕조실톡'을 바탕으로 만든 드라마 '툰드라 쇼 - 조선왕조실톡'에선 고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세종이 등장한다. 원작 웹툰 자체가 실록에 근거해 구성된 내용인만큼 세종이 고기를 좋아했다는 점은 사실이다. 연회에 올라온 고기가 아랫사람보다 양이 적자 관련자를 문책했다거나, 태종이 죽을 때 세종에게 꼭 고기를 챙겨먹으라고 유교했다는 것 역시 모두 실록에 나오는 내용들이다. 지금껏 세종이 나온 드라마 중 고기를 너무 즐기며 비만에 당뇨까지 앓았던 세종의 외양을 가장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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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 속 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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