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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속의 세종

2017. 10. 9. 19:55

세종대왕을 다룬 드라마는 지금까지 10편 정도 제작됐다. 제작자에 따라서 "너무 위대해 공감대와 재미를 느낄 수 없다"는 의견과 "다양한 업적만큼 무궁무진한 이야기의 보고"라는 상반된 의견이 존재하는 세종 이야기는 시대에 맞춰 변화하는 중이다. 80년대 이전엔 혁명적 인물을 배제하는 시대의 분위기에 따라 세종대왕의 업적과 도덕성을 강조하는 드라마들이 나왔다. 최근엔 2011년 SBS 뿌리깊은 나무 라는 팩션 사극을 시작으로 성군 이미지에 가려졌던 의외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독자들에게 가장 익숙할 97년작 '용의눈물'부터 화제 웹툰 '조선왕조실톡'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MBC 에브리원의 '툰드라쇼'까지 TV 속 세종대왕의 모습을 담아 실록과 함께 비교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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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녕대군 시절 by KBS 드라마 '용의눈물'


드라마 속 충녕대군

태종 이방원이 자신의 네 아들을 불러모아 공부한 것을 묻는 자리에서 당시 세자였던 양녕대군이 제대로 대답을 못하자, 충녕에게 대신 풀이하라고 한다. 충녕은 잠시 주저하다가 막힘없이 답을 얘기한다. /KBS 드라마 '용의눈물' 133회 中
1997년 방영된 '용의 눈물'은 세종대왕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은 아니지만 조선 건국 직후를 다루는 후반부에서 충녕대군 시절의 세종대왕 모습을 볼 수 있다. 형인 양녕대군이 활쏘기를 즐기느라 강연 시간에 늦는 것에 반해 그 시각 충녕은 필체와 독해 능력을 스승에게 칭찬받는다. 누구보다 학문에 열심인 모습은 매번 바깥에서 놀기 좋아하는 세자 양녕대군과 대조된다. 극의 중심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태종의 셋째아들 충녕대군의 모습을 역사적 왜곡이나 큰 꾸밈없이 표현했다. 충녕대군의 역할을 맡은 배우 안재모는 19세의 나이로 역사 속 세종대왕의 유년시절을 안정적으로 연기했다는 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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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 속 충녕대군

태종실록 속 충녕대군의 모습은 드라마 '용의 눈물'에 나오는 충녕대군과 많이 다르지 않다. 실록 속에서 태종은 충녕의 학문적 깊이에 감탄하며, 양녕과 비교하는 발언을 종종한다. 이에 양녕이 질투를 하며 충녕의 부족한 점에 대해 얘기하지만 태종은 큰 결점이 아니라고 대답한다. 결국 태종은 세자 양녕을 폐하고 충녕대군을 세자로 삼는데 이 과정에서도 그의 학식과 성품에 대해 태종이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가 나타난다.

한글을 만든 영웅 세종 by KBS 대왕세종

드라마 속 세종대왕
현실 정치에 대해 질문하는 어린 세종에게 스승은 너는 세자가 아닌 왕자일 뿐이니 더 이상 정치에 관심을 갖지 말라며 부왕의 뜻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어린 세종은 그런 아버지의 뜻을 꺾어보이겠다고 의지를 밝힌다. /KBS 드라마 '대왕세종' 2회 中
드라마 '대왕세종'에서는 '영웅' 세종, '완벽한 군주' 세종의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영웅의 일대기가 그렇듯 '대왕세종' 속 주인공 세종은 군주로서의 충분한 자질을 가져, 주위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열망을 펼치는 인물로 나온다. 초반부 "세자가 될 수 없으니 왕자로서 아무 것도 하지말라"는 스승의 말에 맞서는 장면과 극 중반부 세자 자리를 놓고 형 양녕대군과 대립하는 장면은 지금까지 우리에게 권력에 대한 욕심은 없이 학문적 면모만 부각되던 세종과 다르다.
▶관련 기사 : 허구와 역사 사이 '대왕세종', 역사 속 충녕은 귀양을 떠났나?
세종(당시 충녕대군)을 세자로 삼아야하는 택현론(현자를 세자로 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자 태종과 중전은 피를 나눈 친형 양녕과 정적이 되어 싸울 의사가 있느냐 묻는다. 이에 충녕은 그 역시 감수할 의사 있다고 하며 확실한 입장표명을 한다. /KBS 드라마 '대왕세종' 37회 中

또한 그는 자신만의 정치 소신을 갖고 이를 실천하고자 한다. 어린시절부터 백성의 삶에 관심을 가졌으며 태종이 군권을 쥐고 있었던 즉위 직후에는 태종의 대마도 정벌 정책과 별개로 자신만의 외교 정책을 연구한다. 왕이 될 수 없었던 대군 시절과 상왕의 영향 아래 있었던 상황에서도 수동적인 역할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뜻을 펼치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실록 속 세종대왕

세종이 당시 세자였던 양녕대군에게 맞서 세자 자리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는지는 알 수 없다. 상왕 태종의 대마도 정벌 정책과 대립했다는 정확한 기록도 찾기 힘들다. 하지만 양녕대군을 폐할 무렵, 양녕대군과 세종의 사이엔 다소 껄끄러운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충녕대군이 양녕대군에게 옳지 못한 행동에 대해 지적하거나, 양녕대군이 충녕대군의 모자란 점에 대해 태종에게 얘기하는 일화가 실록에 등장한다. 특히 양녕대군은 태종에게 자신의 폐위의 결정적 원인이 된 곽선의 첩인 어리와 간통한 사실을 얘기한 사람이 충녕대군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형제 간의 미묘한 감정 대립은 있었지만 왕위를 두고 칼을 겨누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형제, 동료를 죽여가며 왕위를 지키고자 했던 태종이 자신의 과오를 자식세대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누차 우애를 강조했던 점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잠행 중 글자를 몰라 억울한 누명을 쓸 뻔한 노비의 딱한 사정을 보고 자신이 현장에 없어도 백성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글자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KBS 드라마 '대왕세종' 75회 中
드라마에서처럼 글자를 모르는 백성의 어려움을 헤아릴 만큼, 실제로 세종은 일반 백성들의 삶의 어려움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충녕대군 시절부터 굶주린 자에 대한 구제정책에 대해 직접 얘기할 만큼 백성들의 생활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재위 시절 농업, 약재, 의료기술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정리했다. 한글 역시 그의 남다른 백성 사랑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갈등하며 성장하는 이도 by SBS 뿌리깊은나무

드라마 속 이도

 

존재를 부정했던 정도전 잔존세력 밀본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과거 자신의 환영과 만나 대화를 하고 있는 이도의 모습. 결국 아버지의 말이 옳았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는 현재의 이도에게 과거의 이도가 그것 밖에 되지 않냐며 꾸짖고 있다.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8회 中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는 세종이라는 묘호나 대군시절 군호인 충녕대군이 아닌 그의 본명 인간 '이도'로서의 세종에 주목한 작품이다. 드라마 초반 갓 즉위한 이도는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아버지 이방원에 대한 반감과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로 나온다. 태종이 자신의 장인인 심온을 죽음으로 몰 때, 왕임에도 이를 저지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무력함과 나약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 사건으로 이도는 칼의 정치를 했던 아버지와는 달리 문치를 바탕으로 하는 완벽한 성군을 꿈꾼다. 하지만 아직 자신이 능력과 방향에 대한 확신은 가지지 못한 상태다. 드라마는 문자창제와 반포 과정을 통해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문치를 완성해나가는 이도의 성장과정을 다뤘다고도 볼 수 있다. 

격무 스트레스로 욕을 하는 세종과 이에 당황하는 신하들.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4회 中

위대한 업적 아래 가려진 세종의 내적갈등과 인간적 고뇌를 다뤄 방영 당시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그의 불안한 심리 상태는 '우라질', '젠장' 등의 욕을 하는 다혈질적인 모습으로 표현됐는데, '욕하는 세종' 불리며 시청자들에게 친근감을 줬다. 

세종의 재위 기간 32년 중 훈민정음 반포 전후의 시기만 다룬 이 드라마는 전회에 걸쳐 세종이 한글을 만들고 반대에 부딪히는 과정이 상세히 그려진다. 그는 궁녀들의 도움을 받아 문자의 모양을 만들고, 일반 백성들에게서 의성어와 의태어를 들으며, 학자들에게 은밀히 타국의 어학 관련 책을 구해오게 한다. 한글 창제는 극소수의 사람만 알고 있는 계획으로 아주 비밀스럽게 진행된다.  

실록 속 이도

아버지인 심온에게 사약이 내려질 것을 알고 소헌왕후가 아버지를 살려달라 애원하지만 청년 이도는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무력하게 말한다.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1회 中
즉위 직후, 자신의 장인을 역적으로 몰아 죽여야 했던 이도는 실제로 이에 대한 스트레스와 무력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록 속에서 그는 내관으로부터 장인 심온이 역적에 연루되어 있다는 증언을 듣자 "이미 상왕의 뜻이므로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장인에게 사약을 내린 다음날 이도는 꿈자리가 사나웠다고도 얘기한다.

하지만 이 때문에 드라마에서처럼 호위무사를 내세워 태종에게 직접적으로 반기를 들지는 않았다. 아버지의 뜻에 따르면서 조용히 자신만의 정치를 준비했다. 아버지를 존중하며 때를 기다렸다는 점이 아버지에 대한 반감을 가진 채 때를 기다린 드라마 속 이도와 다르다. 욱하는 성질을 못참고 '이런 젠장', '빌어먹을'같은 욕을 내뱉지도 않았다. 드라마 속 욕을 하는 모습은 드라마 캐릭터로서 재미요소와 극적요소를 부각하기 위한 것이다. 욕을 자주 하기는 커녕 오히려 태종실록에 써 있는 것보다 화내는 횟수도 적은 인자한 군주였다고 한다. 이로 인해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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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반포 직전 성균관 유생들의 반대 이론에 대해 논리적으로 반박하며 화를 내는 이도의 모습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16회 中
다만 이치에 맞지 않거나, 학자로서의 기본을 갖추지 못한 말을 했을 때는 크게 꾸짖어 군주로서의 위엄도 잃지 않았다. 한글 반포에 앞서 성균관 유생들과 신하들의 반대에 부딪히자 자신이 공부한 운학과 유학자의 본분을 설명하면서 반박하는 장면은 드라마에서도 실록에서도 볼 수 있다.

한글창제 과정은 비밀스럽게 진행된 세종 혼자만의 작품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 훈민정음 반포 때를 제외하면 이전에 문자 창제에 대한 언급이 실록에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누구와 함께 무엇을 어떻게 연구해서 '한글'이라는 문자가 나왔는지에 대한 기록은 찾을 수 없다. 세자에게 본격 업무를 넘기기 시작했던 무렵, 중국와 일본에서 가져온 운서에 대한 분석과 연구가 이뤄졌다는 기록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처럼 세종이 한글을 만드는 과정에 궁녀들과 일반백성들의 협조를 받았는지의 사실 여부는 알 수 없다. 드라마의 재미와 세종의 세계관, 한글이 담긴 의미를 표현해내기 위한 설정이었을 확률이 높다.


고기 좋아하는 대식가 세종 by MBC every1 조선왕조실톡

드라마 속 세종

 

낮것상으로 고기 반찬이 수북히 들어오자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식사를 하는 세종 /툰드라쇼-조선왕조실톡 1회 中

웹툰 '조선왕조실톡'을 바탕으로 만든 드라마 '툰드라 쇼 - 조선왕조실톡'에선 고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세종이 등장한다. 원작 웹툰 자체가 실록에 근거해 구성된 내용인만큼 세종이 고기를 좋아했다는 점은 사실이다. 연회에 올라온 고기가 아랫사람보다 양이 적자 관련자를 문책했다거나, 태종이 죽을 때 세종에게 꼭 고기를 챙겨먹으라고 유교했다는 것 역시 모두 실록에 나오는 내용들이다. 지금껏 세종이 나온 드라마 중 고기를 너무 즐기며 비만에 당뇨까지 앓았던 세종의 외양을 가장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관련 기사 : 카톡하는 조선시대?… 실록 바탕으로 만든 '조선왕조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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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 속 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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