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기타)/collection(모음집)

이 마음은 또 무엇인가요

2013. 5. 8. 22:05

 

이 마음은 또  무엇인가요?

 

 

  추위도 다가기 전  봄날 

수줍은 듯  갸날프게 나무 가지가지마다 

엷은  분홍으로  매달리던  벛꽃잎들이 

이내  흰빛으로  탈색되어  바람을  타고  날리는 것도 

다  이유가  있어서  일 것입니다. 
 

 

깊은  산골  도랑에서 부터 

밤세워  이룬  강물이 새벽녘에 

물안개를  가득피워 시야를  가리며

강가의  풀잎에  맺힌  이슬을  더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어서  일 것입니다.

 

 

한여름밤  폭풍에  못이겨 

길길이  치솟는  파도가  온 세상을  삼킬 듯 

갯바위를  마구  때리다가

다음날  아침이면   시침을  뚝떼고  잔잔한  것도 

다 이유가  있어서  일 것입니다.

 

 

가을날  온 산과  들을 

오색 찬란하게  물들이며  저마다  뽐내던  단풍잎들이 

이내  초라한  갈잎으로  변해  떨어져  딩굴다가 

한모퉁이에서  썪어  가는  것도 

다  이유가  있어서  일 것입니

 

 

따뜻한 계절엔  비릿하도록  앙상하게  죽어  있다가 

추운  겨울에만   늘어지도록  탐스럽고  아름답게   눈꽃을  피운 

산 정상  고사목의  나뭇가지를  

바람이  살포시  흔들어  떨구는 것도 

다  이유가  있어서  일 것입니다.

 

 

 

그런데  또한 이렇듯  세상사는 

다  이유가  있어  그러려니  하며

이내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너그러히  다  잊으면서도

돌아 올 수 없는  님을  굳이  애타게  그리워하며  방황하는

이 마음의  이유는  또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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