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C 넘으면 선풍기 틀어도 효과 없다? 이 상식 뒤집어졌다
지난달 20일 서울 시대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선풍기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기온이 35°C를 넘으면 선풍기를 계속 사용하지 말라."
WHO 선풍기 권장 온도 기준 논란에
호주 연구팀 '랜싯 지구 보건'에 논문
108개 도시의 기온·습도 관측값 분석
선풍기 사용 도움되는 온도 범위 제시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 환경보호국(EPA)·질병통제예방센터(CDC), 영국 국립보건서비스 같은 여러 공중보건기관의 조언이다.
주변 온도가 35°C 이상인 경우 상대 습도와 상관없이 선풍기가 냉각 효과를 제공하지 못하거나 체온 상승을 가속할 수 있다는 이유다.
주변 기온이 피부 온도(약 35°C)를 초과할 때 선풍기를 사용하면 오히려 주변 환경의 열이 신체로 전달돼 땀 증발 속도가 현저하게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습도와 개인 건강에 따라 달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15일 서울 강남구 보건소에 마련된 강남구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며 흐르는 땀을 닦고 있다. 뉴스1
실제로 지금까지 실험실에서 진행된 생리학적 연구에서 50%의 상대습도와 40~42°C에서는 몸속 체온인 심부 체온의 상승, 심박 수의 증가 등이 확인됐다.
또, 약 10%의 낮은 상대습도와 47°C의 고온에서는 땀이 빠르게 증발하기 때문에 굳이 선풍기가 아니더라도 고체온증 발생을 가속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50% 이상의 상대습도와 42°C 온도에서는 선풍기 사용의 효과는 사라지고, 경우에 따라 해로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젊은 사람에 비해 땀 흘리는 정도가 약 25% 줄기 때문이다.
하지만 WHO 등의 '35°C 임계치'는 구체적인 실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선풍기가 35°C 이상에서 더위를 식히는 데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는 주변 습도와 개인의 땀을 흘리는 능력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항콜린제 복용 노인 온도 임계값 낮아
호주 시드니대학교 의학·보건학부 열(熱) 인체공학연구실의 올리 제이 교수와 덴마크·캐나다 등 국제연구팀은 지난달 국제 저널인 '랜싯 지구 보건(Lancet Planetary Health)'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젊은 성인의 경우 상대습도와 상관없이 주변 기온이 39°C에 오를 때까지 선풍기를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또, 건강한 노인의 경우는 38°C까지, 항(抗)콜린제를 복용하는 노인의 경우도 37°C까지는 선풍기를 사용해도 괜찮다는 '선풍기 사용 온도 임계값'을 제시했다.
항콜린제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차단하는 약물로 알레르기, 불면증, 과민성 방광, 우울증 등의 치료에 사용된다.
심장박동 저하, 혈압 강하, 방광 근육 수축, 호흡근 수축 등 부교감신경이 하는 일을 억제하며, 땀이 나는 것도 억제하기도 한다.
연구팀은 선풍기 온도 임계값을 얻기 위해 전 세계 108개 도시를 대상으로 2007~2019년에 관측된 온도와 습도를 바탕으로 생물물리학적 모델을 개발했다.
연구팀 분석 결과, 108개 도시의 최고 온도 평균은 40°C였고, 이때 상대습도는 평균 27%였는데, 젊은 성인의 경우 75개 도시(69.4%)에서 최고 온도일 때도 선풍기를 켜는 것이 도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의 경우는 60개 도시(56%), 항콜린제를 복용하는 노인은 44개 도시(40.7%)에서 선풍기를 켜는 것이 도움됐다.
최고기온 순서에서 상위 5%의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했을 때는 젊은 성인의 경우 96% 도시에서, 노인의 경우 92%의 도시에서, 항콜린제를 복용하는 노인의 경우 91% 도시에서 선풍기가 도움됐다.
서울 기온에서는 선풍기가 도움돼
서울 용산구 후암동 쪽방촌에 거주중인 한 어르신이 선풍기 바람에 의지한 채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스1
연구팀은 "북유럽과 미국 북동부, 캐나다, 남미 전체, 동남아의 많은 지역에서는 항상 선풍기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건조한 지역인 중동과 미국의 남서부 지역, 그리고 습도가 아주 높고 폭염이 극심한 시기의 인도 북부나 파키스탄에서는 선풍기 사용이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 분석 대상에서는 빠졌지만, 한국은 어떨까.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서 사상 최고기온인 39.6°C가 기록됐던 2018년 8월 1일의 경우 해당 시간의 상대습도가 38% 정도였다.
또,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8.4도를 기록했던 1994년 7월 24일의 경우 해당 시간의 상대습도는 31%였다.
이 측정치를 호주 연구팀의 그래프에 대입해보면, 서울의 경우 젊은 성인이나 건강한 노인의 경우 선풍기를 사용해도 문제가 없는 범위에 해당했다.
항콜린제를 복용하는 서울의 노인도 아주 극단적인 기온(극값)일 경우에만 선풍기가 도움되지 않을 수 있다.
에어컨 대신 선풍기 사용하면 온실가스 배출 줄어
전국에 폭염 특보가 내려진 지난달 14일 서울의 한 고층 건물 외벽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가 열기를 내뿜고 있다. 뉴스1
에어컨 사용은 냉장 부문과 합쳐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10%를 차지한다.
이는 에어컨이 전 세계 수소불화탄소 배출량의 65%를 차지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데, 수소불화탄소의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의 10~1000배나 된다.
수소불화탄소만으로도 21세기 말까지 지구 평균기온을 0.25~0.5°C 끌어 올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세계 대부분의 지역이 에어컨 대신 선풍기로 더위를 해소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없지만 전 세계 젊은이들이 모두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사용하면 전 세계 수소불화탄소 배출량을 59% 줄일 수 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9%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풍기 저체온증은 근거 없어
서울의 한 가전제품 매장에 선풍기 등 계절 가전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과거 국내에서는 선풍기를 틀어놓고 잠들 경우 저체온증이나 질식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는 속설이 있었지만, 의학적 근거는 없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뇌경색 등으로 돌연사가 발생했는데, 사망자가 우연히 선풍기를 켜놓은 경우도 있어 그런 속설이 생겼다는 것이다.
선별진료소에서 한 의료진이 선풍기 앞에서 더위를 식히는 모습. 뉴스1
특히,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려면 심부 체온이 8~10도씩 떨어져야 하는데, 더운 여름철에 선풍기를 아무리 강하게 틀어도 2~3도 이상 체온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저체온 등과는 상관이 없다.
또, 선풍기를 오래 튼다고 해서 방 안의 산소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질식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도 어렵다.
[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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