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무서운 비만 ⑤] 폐경 비만… ‘호르몬 탓’ 말고 활동 늘려라
심혈관질환·유방암 등 각종 질병 위험 높아져
폐경 여성은 노화, 호르몬 변화로 인해 ‘비만’에 쉽게 빠질 수 있으므로, 방심을 해서는 안된다. 폐경 여성 체중 증가와 연관된 가장 중요한 환경 요인은 ‘신체 활동 감소’이므로 활동을 늘리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나이가 들면 '당연히' 젊을 때보다 체중이 증가한다. 1년에 1% 정도 기초대사량이 감소하기 때문. 특히 여성은 여성호르몬이 급감하는 폐경을 겪기 때문에 체중 증가가 더 심하다. 단순히 체중계 숫자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살이 쪄도 꼭 배로 몰려서, 내장지방이 많아져 심혈관 건강이 위협을 받는다. '호르몬 탓'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여성호르몬의 특혜를 못 받는 ‘환경’에서도 철저한 생활습관 관리를 통해 비만 에서 벗어나야 한다.
◇노화와 폐경… 엎친 데 덮친 격
나이가 들면 기초 대사량이 1년에 1% 정도 감소한다. 만약 칼로리 섭취와 신체 활동량 등 생활 습관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면 10년간 4.7 kg의 체중이 증가하게 된다. 여기에 폐경으로 인해 여성호르몬이 급감하면 비만 위험은 더 커진다. ‘폐경 후 갑자기 살이 쪘다’ ‘속옷이 작아져 다시 샀다’ 등의 이야기를 하는 폐경 여성을 흔하게 봤을 것이다.
강남차여성병원 산부인과 심성신 교수는 “특히 복부에 지방이 쌓이는 것이 문제”라며 “자세한 기전이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지방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성호르몬이 급감하면서 지방 분포가 변화해 복부에 지방이 쌓이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실제 폐경 전 여성에 비해 폐경 후 여성의 복부비만 위험이 5배나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급감하는 여성호르몬 외에도 성장 호르몬의 감소, 렙틴 호르몬 억제, 안드로젠의 과형성, 부신피질호르몬 분비 증가 등 각종 호르몬의 변화가 내장 지방 축적과 연관된다.
여기에 신체 활동이 감소하고 칼로리 섭취가 증가하면 ‘폐경 비만’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심혈관질환·유방암 등 각종 질병 위험
폐경 비만은 심혈관질환, 골관절염, 유방암 같은 각종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폐경 전 여성은 동일 연령의 남성에 비해 심혈관질환의 빈도가 3분의 1 정도로 낮다. 여성호르몬이 혈관을 확장시키고 혈관세포의 기능을 좋게 만들어 동맥경화를 예방하기 때문. 또한 총콜레스테롤을 줄이는 동시에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고 이상지질혈증의 주요 원인이 되는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콜레스테롤은 감소시킨다. 심성신 교수는 “그러나 폐경이 시작되는 나이인 50대부터는 여성호르몬의 혜택이 줄어 심혈관질환 위험이 남성 수준까지 증가한다”고 말했다. 체중 증가는 특히 동맥경화의 원인이 되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 42~50세의 건강한 폐경 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Healthy Women's Study)에 따르면 4.5kg 이상 체중이 증가한 그룹에서는 총콜레스테롤이 17.2 mg/dl 증가한 반면, 체중이 유지되거나 빠진 군에서는 콜레스테롤이 4.2 mg/dl 증가해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체중이 증가하면 LDL콜레스테롤도 증가했다.
폐경 여성의 체중 증가는 골관절염 위험을 높인다. 중년 여성에서 체중이 1 kg 증가할 때마다 골관절염의 발생 위험은 9~13%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한 폐경 여성은 유방암 발생이 2배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어떻게 해서든 ‘활동’을 늘려라
폐경 여성은 노화, 호르몬 변화로 인해 ‘비만’에 쉽게 빠질 수 있으므로, 방심을 해서는 안된다. 심성신 교수는 “폐경이 되면 우울함·심리적 위축 때문에 신체활동이 감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직장 여성들도 폐경 전후 직장을 그만 두는 경우가 많아 활동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폐경 여성 체중 증가와 연관된 가장 중요한 환경 요인은 ‘신체 활동 감소’다. 폐경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PEPI)에서는 신체 활동이 활발한 여성에서 체중 증가가 가장 작았다. 또다른 연구(Women's Health Study)에서도 신체 활동이 주당 300 Kcal 이상 증가한 여성은 체중이 1.58 kg 증가한 데 반해, 신체 활동이 감소한 여성은 체중이 2.4 kg 증가했다. 특히 규칙적인 운동은 폐경기에 심해지는 복부 지방 축적을 감소시켜준다.
따라서 호르몬 변화로 우울하고, 처지고, 온 몸이 아프고, 잠이 안오는 상황이더라도 ‘활력’을 늘여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운동이다. 새로운 취미를 갖는다면 운동을 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일상에서도 어떻게 해서든 활동을 늘리려고 노력하자.
기초대사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음식 섭취를 할 때는 칼로리 계산을 잘 해야 한다. 칼로리는 낮지만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으로 섭취해야 한다. 심성신 교수는 “식사 일기를 써서 자신이 먹은 식품과 칼로리를 계산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여성호르몬 보충요법도 일부 도움이 된다. 심성신 교수는 “비만 개선만을 목적으로 여성호르몬제를 처방하지 않지만, 폐경 증상이 너무 힘들어 여성호르몬제를 쓴 여성들은 살이 덜 찌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출처 : 헬스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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