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LG폴더2에 AI음성비서 ‘누구’
취약층위한 ‘따뜻한 기술’ ‘사회책임경영’
고가 HD없어도 클라우드로 최신서비스 가능
제조·통신사, 수익성과 소비자 편의 딜레마
SK텔레콤이 LG전자에서 출시하는 폴더폰 ‘LG 폴더2’에 음성인식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 ‘누구’를 탑재한다고 4월 17일 밝혔다. SK텔레콤 제공.
가장 저렴하고 단순한 기능의 ‘폴더폰’에 왜 첨단 인공지능이 결합했을까?
에스케이텔레콤(SKT)이 지난달 17일 엘지전자의 신형 폴더폰 ‘LG폴더2’를 판매하면서 자사의 인공지능 음성비서 서비스 ‘누구’를 탑재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폴더형 휴대폰에 인공지능 서비스가 탑재된 것은 이번이 최초다. 디지털·통신기기에서 최신의 첨단 기능은 값비싼 신기종, 고사양 제품 위주로 탑재돼왔다. 다기능답게 조작법도 복잡하고 하드웨어 비용도 높았다. 출고가 19만800원의 저가 폴더폰에 첨단 인공지능 비서가 탑재된 이유는 무엇일까?
에스케이텔레콤의 엘지폴더2 폰엔 인공지능 음성비서 누구를 불러내는 단축키(핫키)가 있다. 사용자가 핫키 버튼을 누르고 날씨, 날짜, 외국어 단어, 백과사전, 간단한 사칙연산 등을 말로 질문하면 인공지능이 음성을 인식해 답해준다. 음성비서 ‘누구’를 호출하면 “제가 도울 일을 말해주세요”라고 말하는데,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된다. 답변은 음성과 텍스트로 동시에 제공된다. 예를 들어 “팬데믹이란 말이 무슨 뜻이야?”라고 물으면 음성비서가 어학사전이나 백과사전의 풀이를 답변해주는 형태다.
엘지폴더2엔 긴급구조 요청 기능도 탑재됐다. 뒷면에 ‘SOS 버튼’이 있어 1.5초 안에 빠르게 3회 누르면 사전에 등록된 번호로 자동으로 전화를 건다. 전화하면서 위치정보도 문자로 전송해 위험시 빠른 구조요청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홀로 생활하는 어르신이나 환자 등 취약계층에게 유용한 기능이다.
국내 폴더폰 시장은 연간 100만대 규모로 사용자 70%가 60대 이상이다. 저렴한 실버요금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휴대전화 교체 주기도 빠르지 않은 특성은 통신사와 제조사가 폴더폰 분야에서 수익성 추구가 쉽지 않음을 알려준다. 이번에 에스케이텔레콤의 엘지폴더2는 ‘따뜻한 정보통신 기술’의 사례로 예시할 만하다. 저렴하고 단순한 기능의 폴더폰을 쓰는 취약층이 값비싼 최신 스마트폰을 선택하지 않고도 유용한 기능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특히 기기 조작에 서툴러 단순한 기능의 폴더폰을 선호하는 어르신층에게 익숙하고 편리한 ‘음성인식’ 방식의 기능을 탑재해 정보 이용의 문턱을 낮췄다.
LG전자가 지난달 17일 국내 이동통신 3사를 통해 4G(LTE) 폴더폰 ‘LG 폴더2’를 출시했다. LG전자 제공.
단순한 폴더폰에 첨단 인공지능 서비스가 탑재된 것은 ‘따뜻한 기술’로 사회책임을 수행하려는 기업의 의도가 반영됐지만,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 배경도 주목할 만하다. 첨단 최신 기능을 구현하는 방법이 반드시 고가의 장비와 최고 사양을 투입하는 길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인터넷과 통신을 이용해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 덕분이다. 정보기술의 최신 첨단 기능 상당부분을 이용자의 기기에 내장된 하드웨어가 아니라 클라우드를 통해 서비스받게 된 기술환경이다. 아무리 고사양의 값비싼 스마트폰을 구매해도, 기기가 제공하는 기능은 주로 화면의 크기와 해상도, 배터리, 통신속도와 그래픽 처리 속도에서의 차별성 정도다. 인공지능 음성비서, 고화질 영상 감상, 내비게이션, 맞춤형 검색, 전략시뮬레이션게임 등 스마트폰을 통해 경험하는 최고 수준의 서비스들은 이용자의 하드웨어가 제공하는 게 아니라 대부분 전문 정보기술기업이 제공하는 콘텐츠 서비스다. 고가의 최신 제품과 차별적 기능을 제공해야 하는 제조사와 통신사들로서는 고민스러운 지점이다.
폴더폰에 인공지능 음성비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는 설계하기 따라서 디바이스와 가격대에 영향을 받지 않고 얼마든지 더욱 유용하고 다양한 첨단 기능을 탑재할 수 있는 환경임을 알려준다. 이용자의 요구와 설계자의 배려가 기술을 좀더 친근하고 인간적이게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