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 이해인
이미 건너간 사람은
건너지 못한 이의 슬픔쯤
이내 잊어버리겠지
어차피 건너야 할 것이기에
저마다 바쁜 걸음
뛰고 있는 것일까
살아가자면 언제이고
차례가 온다
따뜻한 염원의 강(江)은
넌지시 일러주었네
어둔 밤 길게 누워
별을 헤다가
문득 생각난 듯
먼 강기슭의 나를 향해
큰 기침 하는 다리
고단했던 하루를 펴서
다림질한다
보채는 순례객을 잠재우는
꿈의 다리 저편엔
나를 기다리는
너의
깊은 그림자가 누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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