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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심한 날 종일 마스크를?… 오히려 건강에 나빠요

2020. 2. 26. 10:40

미세먼지 심한 날 종일 마스크를?… 오히려 건강에 나빠요

 
 

 

고려대기환경연구소는 기상청 황사위탁관측소이기도 하다. 정용승 소장은 30년 동안 한반도 주변 대기를 관측하고 분석했다. ‘중국발 대기오염’을 처음 밝혀낸 기상학자다.
고려대기환경연구소는 기상청 황사위탁관측소이기도 하다. 정용승 소장은 30년 동안 한반도 주변 대기를 관측하고 분석했다. ‘중국발 대기오염’을 처음 밝혀낸 기상학자다. / 청주=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부르르 부르르…. 지난 14일 오후 5시 휴대폰들이 일제히 몸을 떨었다. '내일 06~21시 서울, 인천, 경기, 충남, 세종 지역 미세 먼지 비상저감조치 시행.' 환경부가 보낸 안전 안내 문자였다. 보건용 마스크 착용도 권했다. 한국을 덮친 우한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이 워낙 위중해서 그렇지, 미세 먼지는 여전히 우리가 일상적으로 '흡입하는' 재난이다.

'삼한사미(三寒四微).' 겨울 날씨가 일주일에 사흘은 춥고 나흘은 포근한데 미세 먼지로 괴로운 패턴으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올겨울 미세 먼지는 말썽을 덜 부렸다. 국내 석탄발전소 가동을 일부 중단하거나 발전량을 제한한 효과라는 분석이 있다. 우한 코로나 사태로 중국 공장들이 멈췄기 때문이라는 괴담도 돌았다. 진실은 뭘까.

고려대기환경연구소 정용승(81) 소장은 한반도 공기를 훤히 꿰뚫고 있는 학자다. 중국에서 날아온 대기오염 물질이 우리나라 오존 농도 증가와 산성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1980년대 말 그가 처음 밝혀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상, 한일국제환경상을 받았다. 정 소장은 "올겨울에는 중국 동부지역에 북동풍이 자주 불어 한반도로 유입되는 중국 미세 먼지가 적었다"며 "중국도 미세 먼지를 줄이는 데 노력하고 있지만, 국내 미세 먼지가 극심한 날엔 최대 60~70%는 중국에서 건너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외출할 때 쓰는 마스크가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정할 수 없는 관측값

충북 청주 강내면 궁현리에는 옥상에 거대한 위성 안테나들이 붙은 오각정(펜타곤) 모양의 2층 건물이 있다. 1990년 문을 연 고려대기환경연구소다. 기상청 황사위탁관측소이기도 하다. 1층에는 오염 물질을 모니터링하는 장비들이 가득했다.

―어떤 장비들인가요.

"오염 물질의 농도(대기화학)와 이동(대기물리)을 관측하고 분석합니다. 둘 다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윗분 결재를 받지 않기 때문에 환경부 등보다 우리가 빨라요. 먼지도 큰 먼지(TSP), 미세 먼지(PM10), 초미세 먼지(PM2.5) 등 세 가지를 모니터링해요. 중국과 가까운 충남 태안 바닷가에서도 저희가 관측하고 있어요. 국내에서 가장 정밀하고 장기적인 자료를 뽑아낸다고 자부합니다. 1년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5분마다 측정값이 나와요."

―'중국발(發) 대기오염'이라 이름 붙인 것도 소장님이지요.

"1990년대에 중국 외교관들과 과학자들이 이곳까지 와서 항의했어요. 당신네 나라에서 대기오염 물질이 어떻게 건너오는지 인공위성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증거 사례가 차고 넘쳐요. 현실을 부정하러 왔다가 나갈 땐 다들 입을 다물었죠(웃음). "

―인공위성으로 또 뭐가 보입니까.

"한반도 항구들은 다 부동항(不凍港)이라고 배웠는데 그렇지 않아요. 평안남도 남포항 앞 20~30㎞는 겨울에 거의 해마다 얼어요. 선박도 잠수함도 못 나가지. 평창동계올림픽 때 북한 사람들이 서해로 오면 빠른데 원산에서 출발해 동해로 왔잖아요. 아무도 그 이유를 설명 안 했는데 대기를 연구하는 저는 알았어요. 국가 정보기관이 파악했을까요? 지구온난화로 앞으로는 부산에서 출발한 배가 (인도양이 아니라) 북빙양을 지나 유럽으로 더 빨리 갈 것이라고 처음 예측한 것도 접니다. 한 우물을 깊이 파면 전혀 엉뚱한 것까지 알게 돼요."

―한·중·일 3국 정부는 '국내 초미세 먼지의 32%만 중국발'이라고 발표했는데.

"북 치고 장구 치는 농담이라고 생각해요. 중국은 숨기는 게 많고 한국은 중국 눈치를 봐요. 평균이 어떤가 못지않게 고농도일 때 어떤가가 중요하잖아요. 미세 먼지가 극심한 날엔 최대 6~7할은 중국에서 온 겁니다. 2015년 8월 중국 톈진에서 화학공장이 폭발했을 때 한국 정부는 '우리나라엔 영향이 없다'고 했어요."

―사실이 아닌가요?

"중국 논문도 있는데 거짓말이에요. 톈진에 지름 100m, 깊이 6m인 구덩이가 생겼는데 거기 있던 흙과 오염 물질이 다 어디로 갔을까요. 미국 해양기상청(NOAA) 위성과 일본 위성으로 관측해 보니 대부분 서해와 한반도로 날아오는 게 보였어요. 제가 그해 가을에 중국 가서 논문도 발표했습니다. 우리 당국자는 전혀 인정 안 해요."

―올겨울 미세 먼지는 양호했습니다만.

"대기오염 배출 총량은 날마다 대체로 비슷해요. 그러나 미세 먼지 농도는 공기의 상태와 바람, 기상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우리를 얼마나 괴롭힐지는 결국 하늘이 정하는 셈이에요. 세계 석탄 사용량의 약 절반은 중국에서 소비돼요. 공장이 많은 중국 동부가 문제지요."

마스크 착용이 더 위험하다?

충북 청주 강내면 궁현리에 있는 고려대기환경연구소. 옥상에 큰 안테나는 천리안 인공위성의 관측 자료를 받는다.
충북 청주 강내면 궁현리에 있는 고려대기환경연구소. 옥상에 큰 안테나는 천리안 인공위성의 관측 자료를 받는다. / 박돈규 기자
학술지 네이처는 지난해 10월 '마스크가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Face masks could raise pollution risks)'는 기사를 실었다. 아시아 사람들은 대기오염 때문에 불안해서 종종 마스크를 쓰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권하지 않는 방법이라는 내용이다. 정 소장은 "마스크 쓰고 외출하면 안전할 거라는 착각이 건강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미세 먼지보다 마스크가 더 위험할 수 있다고요?

"저도 지난해 6월 국제학술지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어요. 마스크 쓰고 걸어가면 일단 호흡에 부담을 줍니다. 서양 의사들은 호흡기 약한 사람에겐 '마스크를 착용하지 마라'고 해요. 마스크는 대기 중 오염 물질을 여과해주지만, 반대로 못 나가게도 막는 부작용을 일으킵니다. 숨을 내뿜을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와 일부 세균, 바이러스가 갇히고 말죠. 그걸 다시 마시니 건강에 해로울 수밖에요."

―학계가 인정했나요.

"의학계가 동의하려면 2~3년 더 걸릴 겁니다. 지난해 10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국제대기환경학술회의에서도 저는 '아시아의 마스크 관행은 문제가 많다'는 발표를 했어요. 미세 먼지가 심한 날엔 공기청정기가 있는 실내에 머무는 게 최선이에요. 외출해야 한다면 매우 고농도일 때만 써야 하고요."

―매우 고농도가 얼마인가요.

"초미세 먼지 70㎍/㎥, 미세 먼지 150㎍/㎥ 이상일 경우에만 착용을 권장합니다. 단 20분마다 새것으로 교체하는 게 좋아요."

―현재 환경 기준을 보면 초미세 먼지 '나쁨'이 36~75㎍/㎥, 미세 먼지 '나쁨'은 81~150㎍/㎥인데.

"바꿔 말해 '매우 나쁨'일 때만 제한적으로 쓰라는 뜻입니다. 한국과 아시아 여러 나라의 정부는 대기오염이 높을 때 마스크 착용을 권하는데, 효과가 제대로 검증된 적이 없어요. 국제 표준도 아니고 오히려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독성가스(이산화질소, 오존 등)나 아주 작은 입자는 일반 보건용 마스크로는 걸러지지도 않아요. 하루에도 여러 번 썼다 벗었다 하니까 금방 축축해지고 성능이 떨어집니다."

―이번 코로나 감염증에 대해서도 미국과 유럽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추천하지 않는데.

"환자라면 입원 치료를 받거나 자가 격리하는 게 옳지요. 확진자가 몇 명 나왔다고 미국 인구 3억1000만명에게 '외출할 땐 마스크를 쓰라'는 건 현명하지 못한 처방입니다. 환자를 발견하고 치료하는 데 더 집중해야죠. 건강한 사람도 20분 이상 착용하면 오히려 해롭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무시하지 말아야 합니다."

앞서 소개한 네이처 기사는 마스크 쓰고 거리를 활보하는 습관이 언제 어느 나라에서 시작됐는지도 명기했다. 2003년 중국. 사스(SARS) 확산 속도를 늦추려는 중국 보건 당국의 판단이었다. 감염병 공포로 나온 대책을 미세 먼지에도 얼렁뚱땅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미세 먼지, 나부터 줄이자

그는 캐나다 환경부에서 일하다 1988년 한국교원대 교수로 임용됐다. 퇴직 후에도 고려대기환경연구소에서 직원 다섯 명과 함께 대기를 관측하고 분석한다. 작아도 실력 있는 '강소연(强小硏)'으로 꼽힌다.

―어떻게 30년씩이나 운영했나요.

"힘겹지만 연구 용역을 받아 살림을 꾸립니다. 관측하고 분석한 대기 상황을 발표해 전문가 집단이나 정부가 수용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껴요. 미세 먼지 대책은 정부가 이중 투자를 두려워 말고 연구자들을 경쟁시키면서 장기적인 설계를 해야 해요. 헐뜯고 끌어내리려 하지만 말고 합심해서 가야죠."

―왜 이 산골에 연구소를 차렸습니까.

"그래야 도시에서 발생한 미세 먼지 총량을 가늠할 수 있어요. 예컨대 중국에서 북서풍을 타고 200이 날아오면 100은 서해에 떨어지고 나머지 100중에서 20~30은 서해안, 70~80은 내륙까지 들어옵니다. 서울 내부에서 발생한 미세 먼지 50이 더해져 120~130이 되는 식이지요."

―우리는 왜 석탄발전소의 절반(30기)을 충남에 세웠나요.

"제가 캐나다에 있던 1980년대부터 '서해안이나 남해안에는 발전소도 공장도 안 된다'고 반대했습니다. 바람(북서풍과 남서풍)이 불어오는 방향이니까요. 태안에서 청주까지 3시간이면 검댕이 날아와요. 20~30%는 서울로도 갑니다. 국민이 그걸 호흡하고 먹어요. 충남에 세우면 송전선이 짧아져 경제적이려니 생각했겠지만, 넓고 멀리 보지 못해 이렇게 벌받는 겁니다."

―아열대 기후로 변하고 있는데.

"한반도 온실가스도 30년 관측했어요. 1990년 360PPM이었는데 이젠 420PPM으로 60PPM이나 상승했습니다. 그만큼 온난화가 진행됐지요. 충청 이남에만 자라던 대나무가 이제 평양에서도 보입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죠."

―이제 봄이 옵니다.

"농부님들, 논두렁 좀 태우지 마세요. 봄철 미세 먼지 주범입니다. 엄하게 단속해야 해요. 그리고 우리가 중국 탓, 석탄과 자동차 탓만 할 일이 아닙니다. 가정에서 누구나 실천할 수 있어요. 에너지 절약이 결국 미세 먼지 저감입니다."

"먼지 '나쁨'일 때 말고 '매우 나쁨'일 때만 제한적으로 써라"
"마스크, 먼지 여과대로 불러야"


정용승 소장은 “마스크라는 명칭부터 잘못됐다”며 진짜 마스크를 썼다.
정용승 소장은 “마스크라는 명칭부터 잘못됐다”며 진짜 마스크를 썼다.
마스크(먼지 여과대)를 써야 하나?
정용승 소장은 '마스크'라는 명칭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얼굴 전체가 아니라 코와 입만 가리기 때문에 '먼지 여과대(dust filter)'나 '대기오염 여과대'가 더 정확하다"는 것이다.

성인은 1분에 숨을 12~25회 쉰다. 호흡할 때마다 공기를 0.5~3.5L 들이마신다. 수면 중에는 1분에 6L, 달리면 1분에 87L를 사용한다. 정 소장은 "미세 먼지 마스크를 쓰면 들숨에서 오염 물질을 차단할 수 있지만 날숨에서 이산화탄소와 세균, 바이러스를 배출하기 어렵다"며 "미세 먼지든 초미세 먼지든 '나쁨'일 때는 쓰지 말고 '매우 나쁨'일 경우만 제한적으로 쓰라"고 당부했다.

KF94(미세 먼지 차단율이 94% 라는 뜻)가 코로나 바이러스도 막아줄까.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마스크 착용은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이 남들에게 안 퍼지도록 착용하라는 권고 사항"이라며 "의학용 마스크(N95)가 아닌 일반 마스크는 바이러스가 지나다닐 만큼 구멍이 크기 때문에 침입을 완전히 막기 어렵다"고 했다. 의학용 마스크를 쓰면 금방 숨이 차 일상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