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집에서 / 이해인
- 1999년 8월
"밥 좀 많이 주이소"
며칠 동안의 허기를
한꺼번에 채우려는 듯
내일의 몫까지 미리 채우려는 듯
그릇을 들고 오는 이들마다
일제히 큰소리로 외치는
이곳, 성 분도 두레상
나는 팔목이 아프도록
밥을 푸고 또 퍼도
다시 반복되는 후렴
"밥 좀 많이 주이소"
많이 많이 드시고 또 오세요
인사말을 건네는데
장미 가득한 정원의 성모상도
이쪽으로 걸어오시네
밥이 곧 생명이고 기쁨이고
삶의 행복임을
나머지는 다 그 다음 문제임을
다시 알아듣는 곳
나도 잠시 배고프니
조금 더 알아듣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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