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訃告) / 이해인
어느 비 오는 날
길에서 나를 만나
조수미 독창회에 간다며
남편과 둘이서
환히 웃던 젊은 주부 구일숙
며칠 전
그의 친척을 만나
"일숙이도 잘 지내지요?" 하니
"글쎄...... 며칠 전에 죽었어요"
"아니, 왜요?"
"갑자기 암이 번져서 그만......"
죽었어요
죽었어요
며칠 내내
이 말이 떠나질 않네
한 사람의 일생이
이렇게 한 문장 속에
끝나다니
이젠 지상에서 다시
그를 볼 수 없다니
부고를 접할 적마다
나도 조금씩 죽어가는
소리를 듣네
들꽃 한 송이
허공에 놓으며
나는 다시
울 수밖에 없네
눈물만이 작게나마
기도가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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