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심 / 이해인
나는
한번도
숨을 수 없었습니다
어느날 내가 흰 깃을 치며
무인도로 날아 버린
시인 같은 물새였을 때
뽕잎을 갉아 먹고
긴 잠에 취해 버린
꿈꾸는 누에였을 때
해초 내음 즐기며
모래 속에 웅크린
바다빛 껍질의 조개였을 때
깊은 가슴 속으로
향을 피우던
수백만개의 햇살
찬란한 당신 앞엔
눈 못 뜨는 나
부르시는 그 사랑을
듣게 하소서
무량의 바다 위에
두 팔을 벌리고
소리치는 태양이여
당신에겐
순명하여
피리부는 바람
춤추는 파도로
뛰어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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