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erature(문학)/Poem(시)

부끄러운 고백 / 이해인

2019. 9. 1. 10:24

 

 

 

 

 

부끄러운 고백 / 이해인

 

부끄럽지만

나는 아직 안구 기증

장기 기증을 못 했어요


죽으면 아무 느낌도 없어

상관이 없을 텐데

누군가 칼을 들어

나의 눈알을 빼고

장기를 도려내는 일이

미리부터 슬프고

끔찍하게 생각되거든요


죽어서라도

많은 이의 목숨을 구하는

좋은 기회를 놓쳐선 안 되겠지만

선뜻 나서지를 못하겠어요


'나는 살고 싶다' 고

어느 날 도마 위에서

나를 올려다보던

생선 한 마리의

그 측은한 눈빛이


잊으려 해도

자꾸 나를 따라다니는

요즘이에요

 

 

 

'Literature(문학) > Poem(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 햇살 속으로 / 이해인  (0) 2019.09.07
 부고(訃告) / 이해인  (0) 2019.09.02
부르심 / 이해인  (0) 2019.08.28
부활절 아침에 / 이해인  (0) 2019.08.26
비오는 날에 / 이해인  (0) 2019.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