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 이해인
몸이든
집이든
움직여야 살아난다
포기해야 새로 난다
욕심도 물건도
조금씩 줄이면서
선선히 내어놓고
제자리로 보내면서
미련 없이
환하게 웃을 수 있어야
이사를 잘 한 거다
옮기는 것이
결코 짐이 되지 않는
가벼운 날
그런 날은
아마도 내가
세상에 없는 날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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