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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찬물 한 잔' 폐 약하게 만든다

2018. 3. 30. 10:37

아침에 일어나 마시는 '찬물 한 잔' 폐 약하게 만든다

[더,오래] 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19) 
한의학에서는 오장육부를 정치와 비유한 대목이 있다. 간(肝)은 장군과 같다. 나쁜 기운이 들어오면 군대처럼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명령체계를 하달하듯 여러 장기의 관계를 정리한다. 심(心)은 군주, 즉 왕과 같고 정신세계를 담당한다. 비(脾)는 곡식을 살피는 내무부장관 같아 몸에 들어오는 다섯 가지 맛을 알아차리고 조절하게 한다. 기를 조절하는 폐(肺)는 국무총리의 역할인데 몸을 다스리는 역할을 한다. 신(腎)은 에너지 출입을 조절하는데 특히 물의 기운으로 이 일을 맡고 있다.
 
 
심(心)은 정신세계를 담당한다. 심의 기운이 나빠지면 근심, 걱정이 지나치게 된다. [사진 freepik]

심(心)은 정신세계를 담당한다. 심의 기운이 나빠지면 근심, 걱정이 지나치게 된다. [사진 freepik]

 
심은 화(火) 기운에 속한다. 화는 보통 불로 알고 있듯이, 마구 뻗치고 강한 기운이다.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화기이 듯이 몸에서도 열로 드러난다. 기운이 지나치면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 웃는 것은 기운을 사방으로 퍼지게 하기 때문이다.
 
화기가 완전히 꺾이면 속으로 움츠러든다. 심의 기운이 나빠지면 근심, 걱정이 지나치게 된다. 반대로 근심, 걱정이 지나치면 심의 기운도 꺾이게 된다. 쓴맛이 화에 속해서 심에 영향을 준다. 심장 박동이 뛰듯, 맥이 모이는 곳이나 림프샘이 많은 곳도 그렇게 펄떡펄떡 뛴다. 열이나 화가 나면 땀도 난다. 땀이 나는 것도 심의 조절 영역이다. 
 
 
얼굴의 뾰루지는 소화기 이상 신호
비는 토(土) 기운에 속한다. 사실 비라는 장기는 설명하기가 좀 까다롭다. 췌장으로 설명하는 곳도 있지만, 정확히 췌장은 아니다. 췌장은 물론, 이자나 간, 담낭까지 모두 포함한 것이 비다. 즉, 소화 효소를 뿜고, 소화기를 움직여 주는 역할을 하는 모든 것이 비다.
 
토는 습한 기운이고, 좌우 사방을 조절하는 역량이 있다. 소화기로 들어온 음식을 소화 흡수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니 모든 장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근육 자체는 간에 속하지만, 그 외의 살, 지방 부위는 비에 속한다. 불필요한 살이 찌는 것은 비의 작용이 잘 안 돼 몸에 습한 기운이 처리가 안 되고 정체되었기 때문이다.
 
단맛과 연관이 있는데, 단맛을 적당히 먹으면 안정이 되지만, 많이 먹으면 몸이 늘어진다. 당분 조절과 비슷하다. 당이 떨어질 때 보충해주면 기운이 금방 나고 정신이 안정되는데, 지나치게 먹으면 잉여지방으로 변해서 살이 찌게 된다. 다이어트 치료에서는 비의 기운을 안정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얼굴 면에 뾰루지가 나면 일단 소화기 쪽을 먼저 살펴야 한다. [사진 Pixabay]

얼굴 면에 뾰루지가 나면 일단 소화기 쪽을 먼저 살펴야 한다. [사진 Pixabay]

 
얼굴에서는 입, 얼굴 면과 연결이 되어 있다. 입술에 뭔가가 나거나, 얼굴 면에 뾰루지가 나는 것은 일단 소화기 쪽을 먼저 살펴야 한다. 음식을 먹은 상태에서 운동이나 격한 움직임을 하면 소화기가 부담되니 조심하라 이른다.
 
 
폐는 찬 기운을 싫어해
폐는 금(金) 기운에 속하며 온몸의 기를 조절한다. 금기는 기운을 뻗어 나가면서도 모으는 작용을 놓치지 않는다. 우리 몸의 기도 뻗어서 순환해야 하지만, 절도를 가지고 있다. 자칫 기 순환을 놓치면 퍼져버리기 때문이다. 그 기능을 폐에서 한다. 비가 습한 기운을 담당한다면, 폐는 마른 기운을 담당한다. 기가 쌩쌩 돌면 따뜻하게 열이 나고 마른다.
 
 
 

한방다이어트의 핵심은 축축해서 습해진 살은 비에서 조절하고, 폐 기운을 쌩쌩 돌려서 비만세포를 말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를 하면, 축축해서 습해진 살은 비에서 조절하고, 폐 기운을 쌩쌩 돌려서 비만세포를 말리면 된다. 이것이 한방다이어트의 핵심이다. 식욕 억제하는 한약재로 무리하게 살을 빼지 않는다. 이렇게 체중을 조절하면 얼굴에 빛이 나면서 건강하게 살을 뺄 수 있다.
 
폐는 코와 기관지를 비롯한 호흡기 계통 및 피부와 연결이 되어 있다. 기침이나 목 통증뿐만 아니라 콧물이 나는 비염, 피부가 가려운 아토피 등이 폐와 연관된 질환이다. 맛 중에서는 매운맛이 폐에 속한다. 슬픈 감정 역시 폐에 속한 것인데, 아주 슬플 때 꺼이꺼이 울면서 폐부위 등이 들썩들썩하는 것을 연상해 보자. 폐는 찬 것을 싫어한다. 몸이 차가운 상태에서 찬 음료를 마시면 폐가 약해진다. 아침에 일어나 찬물을 마신다든지, 몸 상태가 안 좋은데 청량음료를 벌컥 하면 폐가 약해져 기운이 소모된다.
 
 
발효식품의 짠맛, 신장에 도움
한의학에서 신은 굉장히 복잡한 장이다. 신의 개념에는 명문, 단전 같은 개념이 속해 있고, 좀 더 깊이 들어간다면, ‘신간 동기’나 ‘상화’ 같은 어려운 개념이 있다. 그래서 한의사에게 진찰받을 때 "신이 안 좋습니다"라고 듣는다면 콩팥을 비롯한 앞으로 설명할 여러 부분과 함께 '나의 근본적인 에너지 원천에 문제가 있을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해야 한다.
 
신은 수(水) 기운에 속한다. 생명체는 기본적으로 열이 나기 때문에 자칫 지나치면 에너지 소모가 심할 수 있다. 열을 물로 끄듯이 수기가 적당히 우리 몸을 제어해 주어야 한다. 신이 인체의 근원적인 에너지를 담당하면서도 동시에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단전의 근본 에너지는 하복부에서 성 기능과 연관 지어진다. 여성의 자궁, 남성의 전립선 같은 생식기의 기능이 신과 연결되어 있다.
 
 
신의 기운이 약해지면 허리도 부실해진다. [중앙포토]

신의 기운이 약해지면 허리도 부실해진다. [중앙포토]

 
신의 기운이 약해지면 허리도 부실해진다. 예로부터 허리가 나쁜 남자와는 사귀지 말라는 말은 허리에 통증이 있는 남자가 아니라 신의 기운이 약한 남자라는 뜻이다. 몸의 뼈도 신에 속하며, 귀와 연결된다. 관절염이나, 이명 증상 등이 신을 치료해야 할 대상이다. 짠맛이 신에 속하는데, 한의학에서는 적당히 짠맛을 즐기도록 권한다. 서양에서는 지나친 짠맛 때문에 나트륨 조절이 안 돼 신장을 망가뜨린다며 짠맛을 금지하도록 하지만, 동양 전통의 짠맛은 발효를 통해 안전하게 된 상태가 대부분이다. 이런 짠맛은 지나치지 않고 적당히 간을 맞추면 신장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
 
한의학의 오장이라는 개념은 장기뿐만 아니라 그 장기가 대표적으로 가지고 있는 기능적인 부분까지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 개념을 이해해야 그다음에 전개되는 약초와 경락의 설명을 인체에 적용할 수 있다. 왜 손, 발의 어떤 부분을 누르기만 해도 통증이 덜해지고 안 움직이던 관절이 펴지며 소화가 잘되는가? 신기하게만 여겨지는 것이 설명될 수 있는 개념의 첫걸음이 바로 오장에 대한 이해다. 결국 한의학에 대한 모든 오해가 개념 이해의 부족에서 오며, 같은 논리로 한의학의 위대함을 발견할 수 있는 시초 역시 여기서 시작한다.



[출처: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