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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뇌에서도 새 뉴런이 자란다?”…

2018. 3. 26. 11:16

어른 뇌에서도 새 뉴런이 자란다?”…20년 통설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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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기억과 학습 담당하는 ‘해마’ 부위
동물 뇌에선 성체 돼도 뇌세포 생성
최근 미 연구진 59명 뇌 관찰 결과
‘아동기 이후 신생 뉴런 발견 안돼’

뇌질환 치료 줄기세포 연구 등 파장
사람 뇌 특징 밝히는 후속연구 주목
인간 뇌의 해마 부위에서 관찰되는 새로 생겨난 신경세포(뉴런, 녹색)들. 왼쪽부터 갓난아기 때, 13살 때, 그리고 35살 때의 영상이다. 연구진은 인간 뇌의 신경세포 생성이 13살만 돼도 극히 드물어진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교 제공
인간 뇌의 해마 부위에서 관찰되는 새로 생겨난 신경세포(뉴런, 녹색)들. 왼쪽부터 갓난아기 때, 13살 때, 그리고 35살 때의 영상이다. 연구진은 인간 뇌의 신경세포 생성이 13살만 돼도 극히 드물어진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교 제공
“새 뇌세포를 자라게 하는 방법….”

유튜브에서 인기 있는 뇌과학 강연 동영상의 제목이다. 신경과학자는 강연에서 여러 동물실험 결과를 간추려, 성장한 뇌에서도 새로운 신경세포(뉴런)가 생성된다는 사실을 전하며, 공부와 운동을 하고 스트레스를 줄일수록 새로운 뇌세포 생성을 촉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피부줄기세포가 새 세포를 만들어내듯이, 뇌에서 ‘기억과 학습 중추’인 해마 부위에서도 신경줄기세포가 새 뉴런을 만들고 신경회로의 변화(‘뇌 가소성’)를 일으킨다는 것은 그동안 여러 동물실험에서 밝혀져왔다. 어떤 실험에선 실험 쥐가 뉴런 생성 기능을 잃자 학습과 기억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보고도 있었다. 지난 2월엔 실제로 쥐의 뇌 해마 영역에서 뉴런이 생성돼 자리를 잡는 과정을 관찰한 연속 영상도 나왔다.

사람 뇌는 어떨까? 동물보다야 드물지만 다 자란 사람 뇌의 해마에서도 새로운 뉴런이 만들어진다는 연구 보고들이 나오면서 지난 20년 동안 동물과 인간 뇌에서는 모두 새 뉴런 생성이 일어난다는 통설이 대체로 받아들여졌다. 인간 뇌의 신경줄기세포는 뇌질환 치료 연구 분야에서 특히 주목받았다.

그런데 이런 통설을 뒤집을 만한 도전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여러 사망자의 뇌와 수술로 떼어낸 뇌전증 환자의 해마 일부 조직을 폭넓게 분석해보니 어린 시절 이후 사람 뇌에서는 다른 동물과 달리 새 뉴런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네이처>에 발표돼 학계에 관심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뇌세포 생성’ 기대와 다른 연구 결과

화제의 주인공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아르투로 알바레스부이야 교수 연구진이다. 이들은 태아부터 77살까지 다양한 사망자와 뇌전증 환자 등 59명의 뇌를 대상으로 신경줄기세포가 모여 있다고 알려진 뇌 중앙의 해마 부위에서 새로 생성된 신경세포가 얼마나 많은지를 실제로 확인했다. 갓 생긴 뉴런이나 그 전 단계의 전구세포, 그리고 신경줄기세포들에서만 독특하게 나오는 여러 분자를 이용해 이런 세포들의 존재를 확인하는 방법을 썼다. 그 방법들이 정확한지를 검증하는 다른 실험도 거쳤다.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 결과는 통설과 너무나도 달랐다. 알려진 대로 신생 뉴런은 태아와 갓난아기에게서 다량으로 발견됐다. 하지만 이후 급격히 줄어들면서 13살 때엔 매우 드물게 발견되었고 18살 이상에선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갓 태어난 아기에는 어린 뉴런이 해마 조직 1㎟당 1618개나 있었으나 1년 뒤엔 5분의 1로 줄고 13살 때엔 2개가량만 발견됐다.()

<네이처>에 함께 발표된 전문가 논평에서, 다른 신경생물학자는 “포유류 동물과 달리 인간 뇌 해마에서 새로운 뉴런 생성이 아동기에 끝난다는 이번 연구 결과는 확실히 논쟁을 촉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년 동안 동물실험에서 얻은 결과는 인간 뇌를 해석하는 데에도 적용할 수 있으리라는 통설을 정면으로 뒤집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통설이 자리를 잡은 것은 그리 오래전이 아니었다. 20세기 중반만 해도 사람이나 동물은 평생 쓸 신경세포를 갖추고서 태어난다는 독트린이 확고하게 우세했다. 그러다 1960년대에 의문을 제기하는 일부 동물 연구 결과가 나와 논란이 일었다. 신경과학계의 본격 관심사가 된 건 1988년 이후였다. 미국 록펠러대학 연구진은 카나리아가 지저귐을 배우고 노래하는 시기에 카나리아 뇌의 발성 관련 영역에서 새 뉴런들이 만들어진다는 발견을 보고했으며, 이후에 쥐 등 여러 동물의 신생 뉴런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이 활발해졌다.

사람 뇌의 신생 뉴런에 관한 연구가 나온 건 20년 전인 1998년이었다. 그해에 미국 소크연구소 연구진은 성인 뇌의 해마에서도 신경세포가 생성된다는 첫 발견을 발표했다. 2013년엔 더욱 놀라운 연구가 나왔다. 탄소연대측정 기법을 기발하게 응용해 사망자 뇌 해마에서 뉴런 생성 시기를 추적해보니 많은 뉴런이 생애 내내 생성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셀>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사람 뇌에서 날마다 700개가량의 신경세포가 생성된다는 추산을 제시해, 이 분야의 대표적 논문으로서 큰 관심을 끌어왔다.

뉴런 생성 없다면 생기는 새로운 물음들

성인의 뇌 해마에는 신생 뉴런이 생성되지 않는다는 이번 연구 결과를 두고서는 그 연구 방법이 정확한지에 관해 아직은 신중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연구진이 다 찾지 못한 신생 뉴런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온라인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쓴 글에서 “반복적이고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인간 어른 뇌에서 새로운 뇌세포가 성장하지 않는다는(또는 극히 드물다는) 우리 결론이 옳음을 확신한다”면서, 그동안 다각도로 검증해온 실험 과정들을 상세히 밝혔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쓴 방법으로 얻은 결과만으로 완전한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며 “더 많은 후속 연구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선웅 고려대 의대 교수)은 여전히 남아 있다.

만일 성장기 이후의 뉴런 생성이 인간 뇌에서만 볼 수 없다면, 이는 어떤 의미를 던져줄까? 연구자들은 이런 발견이 다른 후속 연구들에서도 확인된다면 이전에 없던 새로운 연구와 물음이 생겨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먼저, 새로운 신경세포의 생성이 다른 뇌 영역에도 없는지를 확인하려는 연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영식 한국뇌연구원 뇌질환연구부장은 “인간 뇌에서 새로운 신경세포 생성이 전혀 없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래서 해마 이외 다른 영역에서 새로운 신경세포와 신경회로를 찾으려는 연구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사람 뇌 해마만의 특성이 무엇인지를 묻는 연구도 활발해질 듯하다. 최영식 연구부장은 “새 뉴런 생성이 새로운 기억 형성과 연관된다거나 기존 기억을 수정,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고 여겨져왔는데 이제는 ‘동물과 다르게 우리 뇌는 이런 기능을 어떻게 조절할까’라는 새로운 물음이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선웅 고려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사실이라면 동물과 달리 사람 뇌에선 왜 신경줄기세포가 일찍 사라지는지 그 이유를 밝히는 일이 중요한 관심사가 될 듯하다”고 말했다.

한편, 최영식 연구부장은 “적어도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보면 13살 전에 대부분의 새 뉴런들이 생겨나고 그것과 연결된 새 신경회로가 만들어진다고 여겨진다”며 “뇌 발달 측면에서 보면 13살 전엔 신경회로가 계속 변형되므로 정보 저장 방식의 교육보다 정보 활용 방법에 대한 교육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후속 연구들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로선 ‘어른 뇌에서도 새 신경세포들이 만들어진다’는 말은 당분간 신경과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적인 이슈가 될 듯하다

 

 

[출처; 한겨레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