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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심근경색 골든타임만 지켜도"

2024. 1. 26. 10:14

“뇌졸중-심근경색 골든타임만 지켜도, 年 7635억 비용 절감”

경기 성남시에 사는 나민봉 씨(64)는 지난해 9월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직후 갑자기 손발이 마비되며 쓰러졌다. 다행히 아들이 즉시 119안전신고센터에 연락한 덕분에 25분 만에 인근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고, 수술을 받은 후 5일 만에 퇴원했다. 주치의는 “병원에서 신속하게 치료를 받지 못했다면 다리를 못 쓸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고 했다. 나 씨는 현재 재활 치료를 받으며 일터 복귀를 준비 중이다. 그는 “내 발로 걸을 수 있고 혼자 외출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무엇보다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아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나 씨처럼 심뇌혈관 질환이 발병한 환자가 ‘골든타임’ 안에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면 연간 7635억 원의 사회적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를 위해선 응급실 필수의료 담당 인력 충원이 절실하다는 게 복지부의 판단이다.

● ‘골든타임’ 내 치료, 연간 932명 살린다


 
25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복지부 내부 분석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뇌졸중과 급성 심근경색 등 심뇌혈관 질환으로 사망한 65세 이하 환자 중 골든타임 안에 진료를 받았을 경우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경우는 뇌졸중 549명, 심근경색 383명 등 932명에 달한다. 복지부는 “65세 이하 환자의 조기 사망에 따른 사회적 손실 비용은 뇌졸중 912억 원, 심근경색 732억 원등 연간 1644억 원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의사들이 말하는 뇌졸중의 골든타임은 180분, 심근경색은 120분이다. 이 시간이 지난 후 수술을 받을 경우 생존 가능성이 급격하게 낮아진다.

복지부는 또 심뇌혈관 질환 환자들이 적시에 치료를 받아 상태가 중증으로 악화되지 않았다면 진료비가 최대 5991억 원 줄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2022년 기준으로 뇌졸중 입원·진료 환자는 130만1914명이었는데 이 중 중증 환자는 63%(82만529명)에 달했다. 환자 1인당 진료비는 중증이 경증보다 평균 178만 원가량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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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관계자는 “뇌졸중 중증환자가 골든타임 안에 진료를 받았을 경우 40%가량이 경증에 머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이 경우 5826억 원의 진료비를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심근경색의 경우 같은 방식으로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이 165억 원으로 추산됐다.

결국 조기 사망에 따른 사회적 손실 비용과 경증으로 막을 수 있었던 환자의 치료가 늦어져 중증이 되면서 발생한 진료비를 더할 경우 골든타임을 놓친 대가로 연간 7635억 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 것이다.

● “응급 수술할 의사 부족”


골든타임 안에 응급실에 도착하는 뇌졸중 환자는 2021년 기준 40.2%, 심근경색은 34.3%에 불과했다. 환자의 절반 이상이 제때 치료를 못 받는 것이다. 뇌졸중과 심근경색 환자는 중증외상자와 함께 응급처치가 필요한 3대 중중응급환자로 꼽힌다.

치료가 늦어지는 건 병원에 응급 수술을 담당할 인력이 없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뇌졸중, 심근경색 등 중증 심뇌혈관 질환을 당장 진료하고 수술할 의사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구급차 안에서 받아줄 병원을 찾으며 전전하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수술을 맡을 의사가 부족하다 보니 2022년 기준 뇌졸중과 심근경색 환자의 응급실 전원율(병원을 옮기는 비율)은 각각 4.7%, 4.4%로 전체 응급실 내원 환자(1.7%)보다 훨씬 높다.

복지부는 필수의료 인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전체 의사 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체 의사 수가 늘면 성형외과 등을 희망하는 인력 외에도 필수 의료에 진입하는 인력이 늘어날 것”이라며 “의대 정원 확대 등의 조치로 심뇌혈관 질환의 골든타임을 사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대 정원을 단계적으로 3000명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의사들의 반대에 부딪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