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부쩍 더워졌다. 얼음물, 아이스커피, 아이스크림 등을 더 찾게 된다. 이런 것은 먹으면 당장은 시원한 것 같다.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더 덥게 느껴진다. 왜일까.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정세연 ‘식치합시다 한의원’ 원장
이는 우리 몸속에 일종의 습기인 ‘습(濕)’이 생기기 때문이다. 차가운 음료를 자주 마시면 수분을 흡수하는 수분 대사가 저하된다. 몸에 정체된 수분이 습으로 바뀌게 된다. 이런 습기가 쌓이면 몸의 열기와 습기가 만나 찜통 같은 습열(濕熱) 상태가 된다. 열기에 습기가 끼면 그냥 열기만 있을 때보다 훨씬 후덥지근한 상태가 된다. 우리 몸이 열기와 습기가 같이 높은 열대지방처럼 되는 것이다.
이런 상태가 되면 몸에 탈이 난다. 바로 배탈이다. 습기가 가장 쌓이기 쉬운 부위가 바로 장(腸)이기 때문이다. 장 안에 필요 이상으로 수분이 쌓이면 묽은 변이나 설사를 하게 된다. 수분을 배출하기 위해서다. 장이 습하면 장염에도 쉽게 걸린다. 습한 장에선 곰팡이나 세균이 쉽게 번식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음식을 먹었는데 나만 장염을 자주 앓는다면? 장에 습이 쌓인 게 아닌지 검사해봐야 한다.
이 때문에 여름엔 몸속 제습에 신경 써야 한다. 제습이 잘되면 찬 음료나 음식을 먹어도 더위를 먹지 않게 된다. 배탈이나 장염에도 쉽게 걸리지 않는다. 우리 몸의 제습을 돕는 음식으로는 팥이 대표적이다. 팥은 체내 습기를 땀이 아닌 대소변으로 배출되도록 돕는다. 눅눅한 습기를 잡는 이수제습(利水除濕) 작용이 탁월하다. 우리 몸에서 이른바 ‘물먹는 하마’ 역할을 하는 셈이다. 팥은 심장의 열을 가라앉히고 염증을 없애는 효능도 탁월하다.
그래서 필자는 여름이면 생팥을 끓인 팥차를 즐겨 마신다. 보리차처럼 냉장고에 두고 수시로 마신다. 끓이고 남은 팥으로는 디저트를 만든다. 종이컵 기준 삶은 팥 1컵, 두유 1컵, 바나나 1개 분량을 갈아 만든 팥 셰이크다. 팥을 이용한 대표 디저트인 팥빙수는 무더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팥빙수에는 설탕에 절인 단팥을 주로 얹는데, 설탕이 습기 배출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팥을 끓이면 거품이 생긴다. 이는 팥의 사포닌 성분 때문이다. 사포닌은 염증을 없애는 효능이 뛰어나지만 위장이 약한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 사포닌이 위를 자극해 복통이나 설사가 날 수 있다. 위장이 약하다면 처음 끓인 물은 버리고 두 번째 물부터 마시는 게 좋다.
햇빛이 내리쬐는 한여름 찬 음료를 들이켜면 땀이 쏙 들어간다. 하지만 잠깐의 시원함을 누리려다 건강을 잃을 순 없다. 올여름엔 아이스 팥물로 무더위도 잡고 건강도 챙기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