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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표적치료제 이레사

2021. 6. 5. 21:19

폐암은 폐 및 기관지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전 세계적으로도 사망률이 높은 무서운 암이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사망원인 1위도 암인데 특히 폐암에 따른 사망률이 1위를 차지했다. 폐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80% 정도는 상당히 진행된 후에 발견된다. 5년 생존율이 16.7%에 불과하고 재발률도 높다. 하지만 하루 한 알 복용으로 폐암을 치료하는 표적치료제 이레사가 등장하면서 부작용을 줄이고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1990년대 초 표적 치료의 가능성 인식

1980년대 초 표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라고 알려진 세포 표피 분자가 암세포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분자생물학이 발전함에 따라 1984년에 유전자 분석기법을 통해 EGFR 구조가 규명됐고 1988년 EGFR와 관련된 타이로신 키나제(TK)라는 세포 내부 단백질을 차단하면 암세포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제약업계 최초로 EGFR-TK를 사용한 표적 치료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EGFR-TK를 차단해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물질을 발견하기 위해 1990년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이들은 현재 ‘이레사’라고 불리는 물질이 특히 EGFR-TK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관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발을 추진했다. 1998년 이레사의 안전성을 관찰하기 위해 1상 연구가 시작됐는데 그 결과 종양의 성장이 둔화되었을 뿐 아니라 일부 폐암 환자의 경우 종양 크기가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표적치료제 이레사가 탄생했다

이레사는 2001년 12월 치료대안이 없는 폐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동정적 사용 승인 프로그램(EAP)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제품 출시 전 임상단계에서 사용이 승인된 약물은 글리벡에 이어 이레사가 두 번째다.

폐암 표적치료제로는 국내 최초로 EGFR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요법으로 승인받았다.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EGFR 돌연변이가 있고 이레사를 복용한 환자들은 질병이 더 진행되지 않고 생존해 있는 기간이 9.5개월로 기존 항암제 치료 시 의 6.3개월보다 3개월 이상 길었다.

또 기존 항암제는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모든 세포를 무차별로 공격하기 때문에 입 주위나 머리카락, 내장 세포처럼 신체 안에서 빠르게 분열하는 보통 세포들도 타깃으로 삼아 파괴한다. 이 때문에 머리카락이 순식간에 빠지게 되고, 계속되는 구토와 설사 같은 부작용을 겪게 되어 투병 중 삶의 질이 크게 위협받았다.

 

이레사는 1일 1회 1정의 간편한 복용만 하면 병원에 입원할 필요도 없다. 폐암 환자가 일상생활에서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일반인과 다름없는 일상생활이 가능한 것. 기존 항암 화학요법에 비해 구토, 탈모 등의 부작용도 적어 암 환자의 삶의 질도 향상시켰다.

이레사는 현재 EGFR 활성변이가 있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중 선암인 환자의 1차 치료요법에도 보험급여를 인정받을 수 있게 돼 폐암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도 덜었다.

 

 

맞춤 항암치료의 필수 조건, 유전자 검진

이레사는 서양인보다 동양인에게서 치료 효과가 좋다. 이를 궁금하게 여긴 연구자들이 이레사에 효과를 보이는 환자들을 조사한 결과 같은 폐암환자라도 동양인에게서는 EGFR 돌연변이 유전자 발현이 두 배 가까이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러한 EGFR 돌연변이 유전자가 있는 환자들은 이레사에 대한 반응률이 71.2%로 EGFR 돌연변이가 없는 환자군의 반응률 1.1%보다 훨씬 더 높았다. 즉 유전자 검사를 해서 EGFR 돌연변이 유전자가 있는 경우엔 이레사의 효과가 더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이대호 서울아산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종양의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를 효과적으로 공격하는 표적치료제의 등장으로 폐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맞춤 항암 치료로 변화하고 있다”며 “하지만 표적치료제를 폐암의 1차 치료부터 사용하기 위해서는 유전자 검진을 고려하여 자신의 유전자를 확인하고 자신에게 맞는 항암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폐암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담배를 피우지 않고, 간접흡연 또한 피하는 것이 좋다. 작업장에서 발암 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안전보건 수칙을 잘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폐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영양소인 카로티노이드, 셀레늄, 퀘세틴이 함유된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출처 :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