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가슴살·단백질 보충제? 잡곡밥과 나물로 키운 근육입니다
[아무튼, 주말] 채식 보디빌더 최성문씨
채식 보디빌더 최성문씨는 “닭가슴살과 단백질 보충제 먹던 과거보다 채식하는 지금 더 힘이 난다”고 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근육을 키우고 몸집을 불리기 위해 엄청난 양의 고기에 단백질 보충제까지 섭취한다. 상식이다. 최성문(38)씨는 이러한 상식을 파괴하는 '채식 보디빌더'다. 소·돼지·닭 같은 육류는 물론 생선이나 달걀, 우유·치즈 등 유제품도 전혀 먹지 않는, 채식 중에서도 높은 단계인 비건(vegan) 식단을 지키고 있다.〈표 참조〉
잡곡밥과 나물 반찬, 채소만 먹으면서도 2018년 ISMC 머슬바디코리아 피지크(physique·체격) 시니어 1위, 2019년 군산 새만금 보디빌딩 대회 피지크 5위 등 보디빌딩 대회에서 꾸준히 입상하고 있다. 고기 없이 밥과 나물만으로 근육을 키우고, 채식만으로 균형 잡힌 영양 섭취가 가능할까.
최씨가 관리를 맡고 있는 대전의 한 아파트 단지 생활체육센터로 찾아갔다. 울퉁불퉁 근육질 몸을 가진 최씨가 다가왔다. 가까이서 보자 얼굴 피부가 남자치고 유난히 매끄럽고 투명했다.
―채식을 선택한 계기가 있나.
"3년 전 건강검진을 받았다. 피 검사를 했는데 각종 수치가 모두 나쁘게 나왔다. 콜레스테롤·간·신장은 위험, 혈압은 경계 단계였다. 보디빌딩 하느라 단백질을 과다 섭취한 결과였다. 트레이너로서 자존감이 확 떨어졌다. 헬스 트레이너는 남들에게 건강하게 사는 법을 알려주는 직업인데, 계속 일하려면 이 상태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식단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채식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채식을 하고 나서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채식에도 여러 단계가 있는데 왜 굳이 엄격한 비건을 택했나.
"영양학을 공부해보니 채식으로 건강은 물론 보디빌딩도 가능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기왕 채식을 할 거라면 비건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햇수로 3년째 비건식을 하고 있다."
―채식하기 전에는 다른 보디빌더들처럼 고기를 많이 먹었나.
"그렇다. 닭가슴살과 단백질 보충제를 엄청나게 먹었다. 보디빌더들은 하루에 체중 숫자 곱하기 1.5~2에 해당하는 그램(g)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 체중 70㎏인 보디빌더라면 140(70×2)g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고 알고 있다."
―그렇게 양이 많지는 않아 보이는데.
"순수한 단백질만을 말한다. 고기에는 단백질 외에도 수분, 지방, 무기질 등 다양한 성분이 있다. 단백질 140g을 닭가슴살로 섭취하려면 여섯 덩이, 500g 이상 먹어야 한다. 고기를 그만큼 먹지 못하면 단백질 보충제를 더 먹어야 한다."
―보디빌딩 대회를 앞두고는 단백질 양을 더 늘리나.
"2배로 늘린다. 닭가슴살을 500g 먹었다면 1㎏으로 늘린다. 탄수화물과 염분 섭취는 최소화한다. 최소한의 비타민과 식이섬유를 위해 야채는 먹는다. 대회 직전에는 물도 가능한 한 마시지 않는다. 인체는 수분이 부족해지면 피부에 들어있는 수분을 끌어다 쓴다. 그러면 피부가 얇아진다. 피부가 얇아지면 근육이 잘 드러나고, 더 높은 점수를 받기에 유리하다."
―비건이 된 이후로는 어떻게 먹나.
"잡곡밥과 나물 위주 식단이다. 현미 잡곡밥을 일반 성인 남성의 2~3배를 먹는다. 채식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밥그릇에 두세 번 퍼서 먹다가 국그릇으로 바꿔서 고봉밥으로 먹는다. 콩이 들어간 잡곡밥에는 단백질이 7%에서 많게는 15%까지 들어있기 때문에 양만 충분히 먹으면 필요한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잡곡밥 외에도 고구마, 바나나, 옥수수 등 복합 탄수화물은 괜찮다. 흰쌀밥이나 밀가루로 만든 빵 등 정제된 탄수화물은 좋지 않다. 반찬은 주로 나물 무침이다. 양념은 허용한다. 나트륨은 섭취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허용한다. 채소를 생으로 먹기가 현실적으로 힘들기도 하다. 보디빌딩 대회 직전에는 밥은 똑같이 먹되 양념된 반찬을 먹지 않는다."
아내가 싸준 점심 도시락을 최성문씨가 보여줬다. 고등학교 야구부 학생이 먹을법한 커다란 사각형 도시락에 잡곡밥이 터질 듯 담겨 있었다. 여기에 단무지·오이·도라지·무장아찌 무침 등 네 가지 반찬과 김 한 봉지가 딸려 있었다. 시골 어르신들의 밥상 같았다.
―채식이라 채소만 있을 줄 알았는데 밥 위주 식단이다.
"채소만으로는 고릴라나 침팬지처럼 종일 엄청난 양의 채소를 먹지 않는 이상 필요한 열량 섭취가 어렵다. 복합 탄수화물을 충분히 먹어줘야 한다. 채식하면서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을 실감했다."
성인 2~3인분의 잡곡밥과 4가지 채소 반찬, 조미김으로 구성된 최성문씨의 점심 도시락.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의사들은 '고기를 먹지 않고 채소·곡물 등만을 먹어서는 균형 잡힌 영양 섭취가 어렵다'고 한다.
"인간에게 단백질이 가장 필요한 시기는 영유아기가 아닐까. 모유에는 단백질이 5~6%만 들어있다고 한다. 포유류 중에서 단백질 함량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3㎏으로 태어나서 10㎏으로, 3배가량 크는 기간에도 이 정도로 충분하다면, 다 큰 성인은 이보다 적어도 되지 않을까."
―인류는 과거 수렵·채집기 몸을 그대로 가지고 있고, 그래서 그때처럼 육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인류는 원래 유인원처럼 나무 위에서 과일을 먹고 살았다고 하잖나. 그러다가 기후변화로 먹을거리가 줄어드니까 나무에서 내려와 사냥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육식이 아니라 채식으로 더 오래 살았다고 볼 수도 있다."
―채식을 권장하나.
"권하지만 강요하지는 않는다. 특히 성장기 아동이나 청소년은 열량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두 딸에게도 채소 위주로 먹을 수 있게끔만 하지, 고기를 못 먹게 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뇨·콜레스테롤 수치가 안 좋거나 약 드시는 분들, 아토피·비염·여드름 등이 심한 분들에게는 채식 또는 고기·생선·달걀·치즈 섭취를 되도록 줄이라고 권하고 싶다. 채식을 하면서 알레르기, 비염, 축농증이 신기하게 없어졌다. 밤에 잘 때 코가 뻥 뚫려 있다는 게 행복하다. 발 냄새도 심했는데 사라졌다. 위염이나 장염으로 일 년에 한 번씩은 고생했는데 이런 것도 없어졌다."
―앞으로 목표나 계획은.
"진정으로 건강한 식단이 뭔지, 건강한 운동이 뭔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내가 하는 이야기에 힘이 생기려면 보디빌딩 대회에 나가서 입상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 꾸준히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하려는 이유다."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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